매일신문

김중기기자의 영화보기-관람료 유감

모든 물건은 품질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가 않다.

제작비가 10억원이 들거나, 100억원이 들거나 입장료는 똑같다.

러닝타임이 1시간 반이나 3시간짜리나 똑같다.

더 나아가 막 만든 영화나, 애 먹고 찍은 영화나 똑같다.

똑같이 6천500원을 받는다.

희귀한 물건은 더 비싼 것이 이치다.

그러나 영화는 또 예외다.

전국 수백 개의 스크린에 걸린 속된 말로 '널리고 널린' 영화나 그렇지 않은 영화나 똑같다.

오히려 희귀한 영화가 더 싸게 받는 경우가 있다.

반품도 안 된다.

"영화가 재미없으니 환불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

대구의 영화 관람료는 6천500원이다.

서울에 비해 500원 싼 가격이다.

각종 신용카드를 통해 할인도 되고, 오전에는 조조할인이 돼 전액을 내지 않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카드에도 다 비용이 포함된 것이고, 오전 일찍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이것저것 다 안 되는 사람은 오롯이 6천500원을 내야 한다.

최근 들어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불황에다가 제값하는 영화도 드물기 때문에 일기 시작한 지적이다.

올해부터 관람료가 인상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정확히 말하면 인하돼야 할 것이 인하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문예진흥기금이란 것이 있었다.

영화를 볼 때마다 관람료에서 떼던 6.5%(6천500원 기준 422원)의 기금이다.

그것이 올해 1월 1일부터 폐지됐다.

특소세가 폐지되면 해당 제품의 가격이 싸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관람료는 인하되지 않았다.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된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도 드물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모두 극장과 배급사의 호주머니로 그대로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자본주의의 가격책정 원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강탈당한 것이다.

최근 대구 극장가의 형편도 예전 같지 않다.

부산 등 타 지역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구의 불황 여파가 이제 젊은이들의 호주머니까지 파급된 것이다.

이런 시기에 짜증만 잔뜩 쌓이는 '해괴한'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관객이 관람료를 책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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