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산홍엽 전국 유명산 나들이객 유혹

단풍(丹楓)세상이다.

산은 발갛게 익어가고, 투명한 쪽빛 하늘도 붉은 잎사귀들을 오려붙여놓은 듯 알록달록하다.

10월 하순, 산 정상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들이 골짜기를 따라 산자락으로 밀려들고 있다.

낙엽들이 생명을 다하기 전 제 몸을 불태워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조락의 이 계절도 단풍이 있기에 쓸쓸하지만은 않다.

그냥 단풍으로 부르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와도 한잎 한잎 그 빛깔이 모두 다르다.

나무마다 다르고 자라난 자리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떤 건 핏빛이고 또 어떤 건 주홍빛이다.

노란빛도 있고 파스텔톤처럼 은은한 빛의 단풍도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잎사귀마다 엽록소가 사라지고 잎 속에 남아있는 노란색소인 크산토필과 주황색소인 카로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드러나 서로 다른 색을 낸다지만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상상을 넘어 신비를 품고 있다.

부게꽃나무, 복자기, 산겨릅나무, 섬단풍나무, 당단풍, 고로쇠나무, 청시닥나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의 이름이다.

40여종의 단풍나무들이 서로 다른 빛깔을 품어낸다니 그야말로 가을산은 색(色)잔치로 흥겹다.

소란떨지 않고 한바탕 벌어지는 잔치에 등산객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이제 단풍도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금강산에서 일어난 울긋불긋한 파도는 다음 주쯤 전국 대부분의 산을 물들인다.

11월 초가 되면 해남 두륜산을 끝으로 단풍도 그 생명이 사그라진다.

맑은 날이 많고 일교차가 커 올해 단풍은 유난히 빛깔이 곱단다.

가벼운 차림으로 떠난 가을산행, 사람도 하늘도 계곡물도 모두 단풍에 취한다.

만산홍엽(滿山紅葉). 붉게 물든 단풍이 산을 뒤덮고 있다.

"단풍을 보지 않고서 어찌 가을의 참 맛을 느꼈다 하겠는가"라고 할 만큼 가을의 대명사는 단풍이다.

이맘때 전국 어느 산에서든 알록달록 단풍을 볼 수 있다.

파계사에서 동화사까지 이어지는 팔공산 순환도로도 단풍으로 꽤나 유명하고, 집 근처 야산이나 도심 공원에도 어김없이 단풍이 작은 손을 벌리고 있다.

단풍은 이달말부터 다음달 초까지가 절정. 색 고운 단풍을 제대로 보려면 조금 멀리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전국적인 단풍 명소의 경우 교통체증과 인파는 각오해야 한다.

◆내장산 단풍터널

내장 단풍은 빛깔이 곱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내장산은 전국적으로 설악 다음으로 단풍 관광객이 붐빈다.

내장산 단풍나무들은 잎이 얇고 작아 붉은 물이 잘 들고 색이 화려한게 특징. 내장 단풍의 하이라이트는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 길섶으로 단풍나무들이 서로 경쟁하듯 핏빛을 뽐낸다.

굳이 산행하지 않고 내장사만 둘러보아도 얼추 내장 단풍은 맛본 셈. 다만 자연미보다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는게 흠이라면 흠. 절 뒤편 서래봉 주위의 단풍도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인근 백암산 애기단풍도 볼만하다.

보통 갓난아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애기단풍이 백양사 일대를 물들인다.

063)538-7875.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은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이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도다'라고 노래한 삼홍(三紅)의 명승지. 특히 피아골 단풍은 '지리십경(智異十景)'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에 가볼만한 곳'으로도 뽑혔다.

피아골 단풍은 연곡사부터 주릉으로 향하는 40여리를 일컫는데 그 가운데서도 직전마을에서 연주담~통일소~삼홍소까지 1시간 구간이 으뜸이다.

마치 계곡 전체가 불이라도 붙은 듯 강렬하다.

뱀사골도 피아골과 함께 지리산 단풍을 대표하는 명소. 직전마을에서 피아골 산장을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하면 반나절만에 단풍 산행을 끝낼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피아골~임걸령~뱀사골로 잇는 등산 코스를 이용해도 좋다.

061)783-9100.

◆주왕산 학소대

대전사에서 제3폭포까지 4㎞가량 주방천 주변이 단풍 산행에는 제격이다.

대전사~학소대~제1폭포~제2폭~제3폭포~대전사로 돌아오는 산행코스가 일반적. 특히 청학과 백학이 떼를 지어 살았다고 전해지는 제1폭포 앞 학소대 주변이 단풍 포인트. 기암괴석과 주위 붉은 단풍잎이 대조를 이뤄 한폭의 선명한 산수화를 자아낸다.

주변에 시루바위, 급수대 등 기암이 많아 신비감도 느껴진다.

이와 함께 주왕산과 그리 멀지 않은 주산지도 숨겨진 단풍 여행지. 이맘 때면 단풍으로 물든 주산지 전경을 찍으려고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특히 수백년 묵은 왕버드나무에 든 단풍이 수면까지 물들여 환상적이다.

054)873-0014.

◆대둔산 구름다리

대둔산은 전북과 충남의 경계에 자리한 도립공원.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둔산은 호남지역에선 가을철 단풍 제일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의 금강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유명하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슬아슬한 구름다리를 건너며 갖가지 형태의 바위틈새로 울긋불긋 피어난 단풍을 내려다보는 맛은 색다르다.

굳이 무리해서 산행할 필요가 없다.

전남 완주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인 마천대까지 오를 수 있다.

063)263-9949.

◆속리산 법주사

속리산 단풍은 화려한 내장산이나 지리산 단풍과는 달리 은은한 맛을 풍긴다.

매표소에서 법주사 입구인 금강문까지 약 1㎞에 걸친 오리숲의 단풍이 압권. 무려 20여분 거리의 단풍숲은 특히 어스름이 깔리기 직전에 더욱 곱다.

고찰 법주사와 어우러진 은은한 단풍을 보며 걸으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높이 33m의 세계최대 청동미륵불상도 볼거리. 냉천골을 통해 문장대로 오르는 코스의 단풍도 볼만하다.

043)542-5267.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사진: 계곡을 타고 산 전체로 단풍이 퍼진 듯 희방계곡의 숲은 온통 붉다. 소백산은 단풍이 그다지 곱지 않다고 하지만 이곳 희방계곡과 죽령구곡의 단풍은 여느 단풍산 못지않게 아름답다. 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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