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버 일자리' 첫날 5천200명 '대성황'

"일하고 싶습니다.

아직 한창인데…."

1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전시컨벤션센터 1층 실버일자리박람회 행사장. 채용공고가 붙어 있는 게시판 앞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거나 메모하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노인이라고 말하기에도 어색한 55세 이상의 장·노년층. 구인 부스에도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면접 및 원서 접수를 위해 즉석사진 코너를 찾은 노인들의 줄도 길게 이어졌다.

중소기업을 경영했다는 이남필(66·북구 산격동)씨는 "형편이 좋지 않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고 일하는 보람도 느껴보고 싶어 왔다"면서 "오전부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일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김지환(61·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경비원 자리에 지원했다"면서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게 되면 좋겠지만 지원자가 많아 뽑힐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 행사는 55세 이상의 장·노년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열렸다.

60여개의 지역기업과 8개 구·군청, 노인인력지원기관 2곳, 노인복지회관 3곳 등 모두 80여곳이 참가해 2천여명을 채용할 계획.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심각한 구직난을 반영하듯 이날 하루 동안에만 장·노년층 5천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주유원 10명을 모집한다는 ㅂ석유의 관계자는 "오전에만 150여명이 찾아왔다"면서 "이력서를 받아보니 나이를 떠나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분이 많아 많이 채용하고 싶지만 인원이 한정돼 있고 일도 단순노무직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시 택시운송조합 관계자도 "5개 택시회사가 운전기사를 구하기 위해 참가했는데 오전에 상담을 많이 했으며 이력서는 20여통 접수됐다"고 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이번 박람회가 지역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일을 할 수 있고 또 일하기를 원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노인들의 일자리 선호도 등을 파악하는데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버일자리박람회 김창규 사무국장은 "경비, 환경미화, 주차관리 등 단순노무가 주종을 이뤄 노인 고학력자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며 "지역의 대규모 기업체와 정부, 지자체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자원봉사 활용 등 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19일 오전 10시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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