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돋보기-MBC '참사 그 후, 잃어버린 시간들'

1994년 10월 21일 오전.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하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강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32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 하지만 성수대교 사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10년간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 페리호 침몰, 괌 KAL기 추락, 대구 지하철 참사에 이르기까지 대형 재난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MBC 스페셜'은 성수대교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참사 그 후, 잃어버린 시간들'을 24일 밤 10시 35분에 방송한다. 대형 참사 이후 잊혀져 가는 유가족들의 현재 모습과 아직도 재난사고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생존자들을 찾아간다.

성수대교 사고로 딸을 잃은 환경미화원 황인옥씨는 아직도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 10년을 술로 보냈고 술에 취해 동호대교 기찻길에 올라가 국화꽃을 뿌렸던 절박한 심정을 들어본다.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인 이영희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결국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았다. 지금도 어디를 가든 비상구를 찾고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길 두려워한다.

창훈이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어서 휴학을 했고 미용사의 꿈을 가졌던 운경이는 손이 떨려서 포기했다. 마지막 칸 유일한 생존자 김정훈(가명)씨는 사고 후 외상은 없었지만 머릿속이 탁해지면서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무 일도 못하고 거의 집에만 있는 그는 쉽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부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받고 있다. 재난사고에서 받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생기는 PTSD는 수면장애, 대인기피, 폐쇄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제작진은 정부와 사회가 사고 현장복구와 외상치료, 보상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PTSD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성현기자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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