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 전영우 글·사진/현암사 펴냄

충격적인 얘기 하나. 한때 우리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소나무 숲이 지금은 겨우 25%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 이유는 농촌의 쇠퇴에서 찾을 수 있다.

소나무는 생태 특성상 맨땅에 씨앗이 떨어져야 싹이 트고 활엽수 속에서는 맥을 못 추는데 인간이 땔감용으로 숲 바닥의 낙엽을 긁어내고 활엽수를 제거함으로써 소나무에게 좋은 생육 공간을 만들어 줬었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나무 숲에 대한 인간의 간섭도 사라지게 됨에 따라 참나무류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소나무의 생육공간을 잠식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그리고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란 보고도 있다. 우리 후손들이 '남산 위에 저 소나무'란 애국가를 부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에 대한 '종합보고서'다. 산림운동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가 3년동안 답사했던 전국의 소나무숲 29곳을 통해 소나무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생태, 환경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소나무를 알면 역사와 삶, 그리고 환경이 보인다'는 말에서 보듯 책 곳곳에는 소나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뜸뿍 묻어난다.

사실 소나무 만큼 한국인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나무도 별로 없다.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나무다. 최근의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소나무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혔다.

여기에 소나무가 우리 민족에게 상징하는 의미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크다. 지난 수천년 동안 문학, 예술, 민속, 풍수사상 속에 자리잡은 소나무는 이 땅의 풍토와 절묘하게 결합해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노릇을 해왔다.

소나무의 역할은 비단 정신적 측면에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궁궐을 비롯한 옛 건축물의 자재로, 왜적을 무찌른 거북선과 전함은 물론이고 쌀과 소금을 실어날랐던 조운선은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다. 세계에 자랑하는 조선백자도 '영사'라 불리는 소나무 장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00년뒤엔 한반도서 사라질 위기

책을 읽다보면 소나무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의 소나무도 알고 보면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왕조의 생명나무인 소나무 100만 그루를 심었고, 임진왜란으로 궁궐이 소실돼 임시 거처를 만들 때도 선조는 남산의 소나무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교시를 내렸다.

또한 전 교수가 답사한 소나무숲 중 경북의 소나무숲들이 유달리 많은 점도 흥미롭다. 울진군 소광리 솔숲을 비롯해 포항시 내연산 겸재 소나무, 청도군 운문사 처진 소나무, 영주시 소수서원 솔숲, 예천군 석송령 소나무, 봉화군 춘양 송이밭, 봉화군 대현리 솔숲 등이다.

전 교수는 "소나무가 정작 이 땅에서 점차 사라지는 실정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며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소나무의 기상을 통해 우리들도 삶을 위로받고, 내일에의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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