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스정압기 터질라…내집 근처엔 설치금지"

대구시 남구 봉덕2동 효성타운 주민들이 '가스 정압기' 설치 지역에 대한 주민들간의 의견 대립으로 난방 공사가 중단돼 자칫하면 난방도 하지못하고 겨울을 지나야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효성타운은 16개 동, 1천162가구가 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단지는 지난 88년에 지어져 최근 낡은 중앙집중식 난방시설을 개별 난방 시설로 바꾸는 공사를 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개별 난방을 위해서는 아파트단지로 공급되는 도시가스의 압력을 낮출 '정압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각동마다 자기 동 옆에는 폭발 위험성(?)이 있는 '정압기'를 절대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때문에 취사용 가스는 공급되고 있지만 난방 공사는 중지됐다.

20일 오후 7시, 이 아파트에서 만난 이모(36·여)씨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가족들이 벌써 한달째 찬물에 샤워를 하고 냉방에서 자는 등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추석 전에 난방시설 설치를 완료해 겨울철 한파 대비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해결 기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때문에 노약자나 어린이가 있는 집은 순간온수기를 설치하고 전기장판을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때아닌 겨울나기 자구책에 나서고 있다.

주민 김모(48)씨도 "난방공사가 지연되면서 어떤 집에서는 시험적으로 공급했던 가스를 몰래 이용해 난방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평온했던 아파트단지에 주민들간의 분란까지 생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김부웅 입주자대표회장은 "각 동의 대표들이 수시로 회의를 열어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어느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일부 가구는 난방이 된다는 소문은 잘못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주민들의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박춘호 관리사무소장은 "정압기는 대구에만 1천300개 정도가 설치되어있고 위험한 시설이 아닌데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때문에 많은 주민이 위험시설로 잘못 알고있다"며 "날씨가 추워지면 양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한동안은 전기히터나 순간 온수기 등을 사용해 추위를 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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