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5월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 교명 자율화 방침 이후 전국의 전문대학들은 너도나도 '전문대학'이란 고유의 간판을 버렸다. 대신 '00대학'이란 교명을 사용했다.
경북실업전문대학이 대구미래대학으로, 경동전문대학이 경동정보대학으로, 대구공업전문대학이 대구공업대학으로, 대구전문대학이 대구과학대학으로 '전문'자를 버렸다.
당초 직업교육기관을 표방하며 특성화와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전문대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대학들이 이름을 바꾼 속셈은 '4년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로 평가 절하된 전문대학의 위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전문대학이 교명을 바꾼지 6년째,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4년제 대학 선호 현상이 해소되었는가. 문패를 바꾸면서 특성화와 차별화를 부르짖었던 대다수 전문대학들은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경북지역 25개 전문대학 중 유아교육과를 개설한 대학이 20개가 넘고, 컴퓨터 계열은 전 대학에 개설돼 전공이라기 보다는 기본학문이 되어 버렸다. 4년제 대학의 백화점식 학과 개설을 흉내낸 것이다.
지역 전문대학의 모 학장은 "1980년대만 해도 공업·실업·보건계열 등으로 특성화했던 대학들이 그동안 인기학과를 남발하면서 그 경계선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등록률이 고작 40% 안팎에 머문 대학이 5. 6개나 되는가 하면, 경북지역 전문대학의 경우 평균 충원률이 59.8%로 전국에서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문'이란 이름을 고수한 대구의 모 전문대는 국내 최초로 주문식 교육을 도입해 최근 몇년간 90%가 넘는 취업률를 달성했다. 인천의 모 전문대도 그렇다. "전문대가 전문대다워야지 4년제 흉내만 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입학정원 역전시대. 위기에 처한 전문대학은 구조개혁 바람과 함께 다시 특성화와 전문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전문'이 없는 '전문대학'의 현주소가 아이러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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