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은데 줄 게 없잖아요. 그래서 헌혈을 결심했죠."
대구·경북의 최다 헌혈기록(280회) 보유자인 윤성기(61·대구 동구 신암동)씨.
건설현장의 책임자로 일하는 그는 지난 21일 오후 4시에도 어김없이 대구 중구 공평동 2·28기념공원 내 '헌혈의 집'을 찾았다.
간호사들과도 잘 아는 사이인 듯 다정한 인사를 건넨 후 윤씨는 숙달된 조교처럼 혈압을 재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보름 전에 헌혈을 했으니 오늘은 성분 헌혈을 할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책을 읽으며 누워 있으면 금세 끝나요."
성분 헌혈은 일반 헌혈(전혈)과는 달리 혈액에서 혈장과 혈소판만 분리한 뒤 나머지 적혈구, 백혈구는 다시 혈관으로 보내는 것.
윤씨는 지난 38년 동안 280회, 1년에 평균 7.4회씩 헌혈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혈장 7만cc, 혈액 5만6천cc를 준 것. 몸무게 70kg인 성인 남자의 몸에 4천900cc의 혈액이 흐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25.7명분의 혈액을 기증했다.
"지난 66년, 그러니까 23세때부터 헌혈을 시작했지요. 일찍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다쳐서 병원으로 가는 동료들아 많아 도울 길이 없을까 생각하다 헌혈을 선택했습니다.
"
이후 그는 틈나는 대로 헌혈차를 즐겁게 찾았고, 헌혈증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줬다.
헌혈 뒤 제공되는 2천500원짜리 도서상품권을 모았다가 컴퓨터 관련 책을 사 읽는 것도 윤씨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헌혈의 집 황명화(37) 책임간호사는 "윤 선생님 같은 분이 많으면 혈액이 모자라는 걱정도 사라질 것"이라며 "헌혈은 한 번 한 사람이 다음에도 다시 하고, 안 하는 사람은 계속 안하는데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이웃도 도울 수 있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81년과 지난해의 경산 열차사고때 헌혈을 한 뒤 다시 헌혈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세어가며 헌혈했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다"면서 "65세까지는 헌혈을 할 수 있다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몸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헌혈과 같은 남다른 이웃돕기로 지난 98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80년대 말에는 대구의 '자랑스런 모범시민상' 등 각종 상과 표창을 6차례나 받았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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