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 안팎 관습헌법 법리공방 가열

"관습헌법 시대역행" "국민의 뜻 반영"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둘러싼 법리논쟁이 정치권 안팎으로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관습헌법'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국감장 안팎에서 입씨름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22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관습헌법을 소멸시키기 위해 성문헌법을 개정하라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논리 비약"이라며 "헌재가 위헌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꿰맞추기 위해 관습헌법 개념을 차용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 출신인 우리당의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관습헌법은 학계에서도 개념과 이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영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불문헌법 체계인 나라에서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문헌법의 범위를 줄이고 있는데 우리 헌법만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헌재 결정을 나무랐다.

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3가지 이유를 들어 헌재 결정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그는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라는 사실은 경국대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관습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왜 관습헌법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천 대표는 또 "과연 헌재가 불문헌법이라는 헌법에 쓰여있지 않은 법에 따라 국회가 만든 법을 해석하고 무효화시킬 권한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특별법은 천도가 아니라 제한된 의미의 행정수도를 건설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안영욱(安永昱) 법무실장은 법사위 국감에서 "우리나라에서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인정된 전례가 없었고, 외국에서 일부 관습헌법을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주로 헌법에 대한 해석과 관련한 부분이었기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한나라당 의원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강동석(姜東錫) 건교부장관도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헌재판결에 신행정수도 건설의 기본 정신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장윤석(張倫碩) 당 법률지원단장은 "관습헌법 인정은 헌법학계나 교과서에서 인정하는 것"이라며 "헌법, 민법, 상법 등 각 분야에 존재하는데 불문법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명규(李明奎) 의원은 "헌재가 관습헌법을 인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법리적으로 명쾌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헌재가 관습헌법을 예로 든 것은 법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대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을) 결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기준(兪奇濬) 의원은 "성문법은 사람마다 생각차를 나타낸 것이지만 불문법은 다툼의 여지가 없으므로 굳이 법전화하지 않은 것"이라며 "오히려 불문법이 성문법보다 상위개념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헌재 편을 들었다.

정경훈·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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