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섬유시장 "中國 독주를 막아라"

섬유쿼터폐지 여파 '소용돌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섬유쿼터 전면 폐지가 세계 섬유시장 판도를 중국 대 비(非)중국으로 가르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WTO 섬유협정에 따라 2005년 1월 1일부터 실시하는 섬유무역 자유화를 앞두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시장으로 속속 진출한 한국 섬유기업들은 쿼터폐지로 인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여 국내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미국 EU 섬유업계는 중국 독주를 막을 새로운 섬유수입규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독주를 막아라

1995년 19.3%에서 지난해 28.1%(521억달러)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단숨에 세계1위 섬유국가로 등극한 중국은 지난 13일 섬유쿼터가 폐지되면 자국 섬유수출이 연간 1천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유수입 제한조치가 완전히 풀리면 3, 4년 안에 세계 섬유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캐나다, 브라질, 터키 등 세계 5대 섬유 쿼터 지역은 중국 섬유를 견제하는 데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강력한 대응을 모색하는 곳은 '미국'. 지난 12일 섬유쿼터제 철폐 이후 새로운 쿼터를 자국 정부에 요구한 미(美) 섬유의류업계는 "중국 섬유의류 제품의 미국 수출 규모는 360억달러이나 미국 섬유제품의 중국 수출 규모는 20억달러에 그치는 심각한 무역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 직물생산협회(NCTO)는 이달 초 자국 정부에 중국 제품 중 시장경쟁력이 특히 강한 15개 품목의 시장점유율 증가를 연간 7.5%로 제한해주고, 필요하면 일부 품목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시한을 1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섬유 수입 비중이 33%(2003년 기준)에 이른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19일 유럽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06년 1월부터 중국의 특정 섬유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9%에서 12%로 올리고 중국산 수입가격 및 물량 데이터, WTO 준수의무 정기적 평가 등 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엄격한 감독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90년대 중후반 국내 중소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이 잇따랐던 동남아 국가들도 쿼터가 폐지되면 중국 섬유 제품에 대한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섬유무역이 자유화되면 바이어들은 더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대량 생산체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트라 민경산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인도네시아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쿼터폐지 후 인도네시아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다음으로 국내 섬유업체들이 많은 베트남은 WTO 비회원국이라 가격 경쟁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베트남 섬유제품은 쿼터제도가 계속 적용돼 '대량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아시아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섬유업체들을 대상으로 '포스트 쿼터'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코트라 관계자는 "서남아시아의 인도, 파키스탄 정도가 중국의 대응세력으로 꼽히고 있다"며 "섬유쿼터를 찾아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국내업체들은 한국으로 U턴, 품질과 디자인으로 중국과 차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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