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공식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대독했지만 청와대는 헌재결정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둘러싸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래서 이날 시정연설은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한 노 대통령의 수용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수용'의사를 분명히 했다.
헌재결정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관습헌법에 따른 것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대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
이는 이 총리와의 조율과정에서 헌재결정에 대해 노 대통령이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국민여론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의 활동이 중단되는 등의 '법적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이에 한몫했다.
헌재결정 직후 청와대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부터 시정연설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관계자들의 얘기다.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노 대통령 특유의 '정치적 승부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 등 관련정책과 충청권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헌재결정 직후의 강경기류에서 급선회한 것은 국민투표실시 등을 통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행정수도이전과 연계시켜 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송두리째 정쟁 속으로 빠져들어갈 우려가 있는 등 국정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 관계자들의 거듭된 '승부수는 없다'는 언급은 이번 헌재결정을 계기로 국정전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도 연관돼 있다.
국민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실시 주장이나 행정타운조성 등 여권 일각의 강경기류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보다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한 대안마련이라는 해법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헌재결정에 대한 여론추이 등을 감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행정수도건설중단에 따른 충청권대책이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과제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며 "헌재의 결론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워 반드시 추진해 나가겠다"며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중단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조기에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정전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장악력은 급속도로 약화될 수도 있다.
시간이 필요한 노 대통령에게 시간이 부족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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