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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차 2천539대…양심도 '무단방치'

경기침체에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차량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 버려지는 차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신규 등록은 물론 중고차 매매까지 급감하고 있는 것.

25일 오후 4시쯤 동구 큰고개오거리 부근. 철길을 따라 나 있는 1㎞ 정도 되는 골목길에는 앞번호판이 사라지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차량 7, 8대가 버려져 있었다.

주민 성모(50·동구 신암동)씨는 "우리집 앞에만 최근 들어 버려진 차량이 2대"라며 "구청에서 차량을 치우면 또 다른 차량이 밤새 몰래 버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모(25)씨도 "가뜩이나 골목길에 주차공간이 부족한데 버려진 차량까지 늘어나 주차할 때마다 짜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올 들어 방치 차량 문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달성군의 경우 방치 차량수가 지난 한 해 동안 123대였으나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208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남구도 지난 한 해 동안 97대였지만 같은 기간 127대에 이르고 있다.

대구 지역 전체로도 지난 2002년 1천946대이던 것이 2003년 3천141대로 62%나 늘어났고 올 들어 9월까지는 2천539대에 달할 정도.

구·군청 관계자들은 "버려진 차들의 상당수가 기름이 많이 드는 7, 8년 이상된 차들"이라면서 "요즘은 외지차량도 많고 방치 차량 대부분이 과태료나 세금 등이 체납돼 있지만 신원파악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 고유가 행진에 중고차 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70여개 업소가 들어서 대구 최대의 중고차시장을 이루고 있는 달서구 장동 중고차단지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 주머니가 얇아진데다 내년부터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85% 수준까지 올라가고 세금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것.

ㅇ자동차상사 최상극 대표는 "요즘 임시번호판을 단 승용차 보기가 힘들 정도로 새 차가 안 팔려 중고차 매매가 줄고 있으며 중대형 차의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며 "한때 300명을 넘던 소사장도 최근엔 100여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대구에서 등록된 중고자동차 소유권 이전은 7만9천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만4천609건에 비해 5천여대 이상 감소했다.

한편 대구 지역 차량 순증가률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차량 말소도 8월 이후 매달 2천500여 건으로 지난해 2천여대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경기침체에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도심 곳곳에 버려지는 차들이 크게 늘고 있다.(동구 신암동 도로에 버려진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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