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예진, '멜로의 여왕' 자리 넘본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연기력 일취월장

배우 손예진(22)이 일취월장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차지했던 '멜로의 여왕' 자리를 넘볼 태세다.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 역시 영화 감상의 중요한 즐거움. 젖내 폴폴 풍기던 새내기가 어느새 자라 꽉 찬 연기를 선보일 때 새삼 발견과 관람의 기쁨이 몰려온다. 특히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던 스타의 경우에는 그 성장이 더욱 반갑다.

오는 11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은 비 온 뒤 쑥 자란 대나무처럼 싱그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전도연의 바통을 이을 '수분과 유분이 고루 풍부한' 좋은 여배우의 탄생이 기대되는 것이다.

■'손예진'의 발견

지난 25일 첫 공개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은 부쩍 성장해 있었다. 감성 짙은 정통 멜로 영화를 끌고 나가는 데 이제는 전혀 모자람이 없음을 증명해보인 것. 톱스타 정우성이 남자주인공으로 버티고 있어, 자칫 무게중심이나 관객의 시선이 정우성에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손예진은 자기 몫을 지킨 것은 물론, 정우성과의 시소게임에서 오히려 약간의 우위를 점령했다. 전체적인 이미지로서도 그러했고, 연기력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극중 그는 스물일곱을 연기했으나 실제의 그는 올해 만 스물둘.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째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의 성장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멜로 연기이지만 손예진은 특유의 신선한 기운을 몰아붙여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통속성마저 살짝 잊어버리게 했다. '손예진의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취월장

사실 손예진은 그동안 '예쁜 그림'이었다. 다행히 적당히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 데뷔 시절부터 지켜보는 데 별반 부담이 없었지만, 그의 스타성은 까맣고 또렷한 눈망울과 솜털이 보송보송한 소녀적인 마스크에서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남성을 사로잡는 청순미가 그의 최대 무기.

2002년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최민식)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으로 스크린 데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 이후 '연애소설', '클래식'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도 그는 다분히 어여쁘고 눈물 많은 아가씨의 모습으로 어필했다.

매번 멜로연기였고, 눈물 연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맥락에서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최루성 정통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뭔가 다르다. 같음 속의 다름을 발견한다는 것도 관객의 커다란 즐거움 .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 사랑과 슬픔에 깊이를 더할 줄 알게 됐다. 운다고 다 똑같이 우는 것이 아니고, 사랑스러운 눈망울이라고 대동소이한 것이 아닌 것. 분명 앞선 멜로연기와는 차별화를 이뤘다.

물론 캐릭터의 덕도 크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은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 역이 아니라, 유부남으로부터 버림받고 정우성에게도 결혼하자고 사정을 해야 한다.

손예진은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를 영리하게 캐치, 스크린에서 운신의 폭을 넓혔다. 비록 스스로는 못 느끼는 작은 변화일지라도, 이는 커다란 스크린 위에서 일취월장의 흔적으로 남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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