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회용 대안 '면 생리대' 점차 확산

"천 위에 원판 모양대로 그려 0.7㎝ 정도 여유를 두고 잘라 주세요."

"곡선 부분은 가위밥을 줘야 천이 울지 않는 것 아시죠."

최근 사단법인 푸른평화(대표 정홍규 신부) 상인매장 생생학교에서는 때아닌 바느질 솜씨 자랑이 벌어졌다.

능숙하게 바느질하는 나이 든 주부들이 있는가 하면 바늘에 손이 찔려 아파하면서도 열심히 손을 놀리는 어린 여학생들도 있었다.

알록달록 예쁜 색상의 천, 가위, 실, 바늘로 이들이 만든 건 무엇일까? 대안 생리대(면 생리대).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완성품을 손에 쥔 여성들은 만족스러운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쁜 현대생활에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일회용 생리대가 있는데 이들이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면 생리대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여성들이 편리해 쓰고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는 폐단이 많습니다.

"

면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해준 (사)푸른평화 네트워크에 소속된 '미즈스타' 주부회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숙희(43) 미즈스타 회장은 "일회용 생리대는 피부에 닿는 곳에 폴리프로필렌이 들어있어 오래 착용할 경우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발암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아주 미량이라고 해도 오랜 기간 접촉하면 체내에 축적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삽입식 생리대는 독성 쇼크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등 여성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일생 동안 사용하는 생리대는 대략 1만3천개 정도 되는데 그로 인해 지구의 나무가 무수히 잘려지고 길게는 500년까지 땅속에서 썩지 않고 태울 때 많은 독성이 발생해 환경오염으로 자연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큽니다.

"

이 회장은 하지만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촉감이 부드럽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암과 자궁질병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빨아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는 보통 부드러운 플란넬 천과 수건으로 쓰이는 테리 천으로 만든 것. 겉 커버와 속감으로 구성돼 있고 고정시킬 수 있도록 날개와 똑딱 단추도 달려 있다.

착용감이 뽀송뽀송해 좋다는 의미로 '뽀송이'라는 이름을 붙인 면 생리대를 널리 알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미즈스타 회원들은 최근 경북대 단대 축제때 남학생까지 참여해 생리대를 만드는 등 반응이 좋아 빨리 확산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미즈스타 회원인 주부 이정현(48)씨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부터 산부인과를 다닐 일이 별로 없었다"며 "대학생인 두 딸도 직접 써보더니 별로 불편하지 않은지 일회용 생리대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고 했다.

대안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한 주부 김미현(40)씨는 "애들이 쓰던 천 기저귀로 생리대를 만들어 지난 20년간 써왔는데 면 생리대는 만들기 쉽고 촉감도 너무 좋다"며 "중학 1년생인 아들과 같이 만들어 봐야겠다"고 했다.

여학생들을 데리고 워크숍에 참가한 이정화(47) 대건중 교사는 "학교 클럽활동시간에 환경운동체험으로, 기술가정시간에 가사 실기로 여학생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서 몸과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일이 손으로 바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직접 면 생리대를 만들면서 느림에 대한 명상과 생명의 신비, 소중함에 대한 묵상까지도 하게 됩니다.

환경친화적이고 여성친화적인 대안적 생리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

미즈스타 회원들은 직접 만들기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서문시장에서 천을 떠 정성껏 만든 면 생리대를 생활협동조합 매장을 통해 판매도 한다.

대형 7천원, 소형 6천원.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재단한 천과 속지 2개를 끼워 2천500원에 판매한다.

면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은 11월 11일 오후 2시 푸른평화예술치료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료비 2천원. 053)794-4020, 4022.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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