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분별한 외자 유치, 국내기업 멍든다

지난 5월 구미 4공단에 입주한 ㅎ사. 이 회사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PDP TV 부품을 생산, LG·삼성 등 대기업에 납품한다.

부지 1만200여평에 5층의 대형 공장건물로 신축됐지만 근로자는 불과 30명 수준이다.

30명의 근로자가 전체공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완전 자동화시설을 갖췄다.

기계설비의 자동화 시설을 갖춘 것은 업종 특성도 있지만 앞으로 닥칠 경쟁에 대비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 회사는 공단부지 매입비 43억여원과 그 밖에 기계설비 설치비, 각종 세금 등 제반 비용을 포함해 모두 300여억원을 투자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 셈이 된다.

그러나 ㅎ사의 바로 길 건너 외국인 전용단지에 일본의 ㅇ업체가 12만평 규모로 LCD용 유리 공장을 짓고 있다.

더욱이 이 회사는 일본의 본사에서 ㅎ업체가 생산하는 PDP TV 부품을 똑같이 생산하고 있고, 언제든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 항상 불안하다는 것.

게다가 ㅎ업체는 일반 국내기업의 경우 공단 입주때부터 외국인 기업과의 역차별 때문에 한 수 꺾인 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공단용지 분양에 나서고 있는 구미 4공단의 경우 올 현재까지 주로 국내기업이 입주하는 일반단지에 48개업체가 10만5천여평을 분양받아 입주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외국인 전용단지의 경우 2003년부터 모두 6개 업체가 25만9천여평을 분양받아 공장 신축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일반단지에 입주하는 국내기업은 공장설립에 따른 각종 제세공과금 부담은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공장용지 경우만도 ㅎ사처럼 평당 35만원(2001년 기준)씩이나 주고 매입해야 한다.

가뜩이나 공단용지 가격은 사업주체인 수자원공사가 2001년 35만원, 2002년 36만원, 2003년 39만원, 2004년 43만원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올리는 바람에 업체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인 전용단지 기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해 국내에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첨단업종 공장을 세우는 외국기업에는 50년 간 용지가 무상 제공된다.

공장용지 임대료도 고도기술을 수반하면 100%, 일반제조업은 500만달러 이상 투자시 75%를 감면해 주고, 교육훈련·고용보조금까지 지원한다.

게다가 각종 세제부문에서도 국세 가운데 법인·소득세의 경우 7년간 면제해주고, 이후 3년간 50%를 감면해준다(올해말까지). 관세·특소세·부가세는 3년간 면제(자본재 도입시)해주고, 지방세에서도 도세(취득·등록세)·시세(재산·종토세) 모두 15년간 전액 면제해주게 된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수도권에서 지방 산업단지로 이전하는 경우에만 법인세 과세특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 주어질 뿐이다.

신설 공장은 이런 혜택도 없다.

구미시청 외자 투자유치 부서 관계자는 "사실상 외자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인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국내 기업에 비해 상당하다"면서 "이는 국가 경제력 향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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