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원전 육영사업비

주민들 내역공개 목소리

원전 지원금 중 육영사업비 사용처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지원금의 대부분을 자치단체가 사용하는 것과 달리 육영사업비만은 원전 측이 직접 집행하는 데다 십 수년 간 100억원대가 넘는 엄청난 돈을 사용했는 데도 그 쓰임에 대한 관계기관의 변변한 감사 한 번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 같은 사정은 울진뿐만 아니라 경주 월성, 부산 고리 등 다른 원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철저한 감사는 물론 이 기회에 다른 지원금처럼 자치단체에 이관시켜 지자체가 직접 활용토록 해야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육영사업비란=산업자원부가 원자력 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원전설치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크게 일반지원금과 특별지원금 두 종류다.

일반지원금은 전기 수용자인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의 4.591%를 산자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 매년 발전소 주변 지역에 지원하는 돈이다.

일반지원금은 다시 주민소득증대 사업 등 지자체가 사용하는 기본지원사업과 원전 측이 집행하는 육영사업 등으로 분류된다.

특별지원금은 말 그대로 원전을 수용한 지자체에 위로금(?)조로 단 한번에 지급하는 것.

문제는 원전 측의 육영사업. 1990년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금까지 원전 측이 엄청난 돈과 기자재 등을 원전 인근 학교에 지원했지만 이들은 관계기관들로부터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디에 얼마나 지원됐나=법상 지원 대상은 발전소로부터 반경 5㎞ 행정구역. 이를 적용시키면 울진군의 경우 원전이 있는 북면과 죽변면, 그리고 2001년부터 대상지역에 포함된 울진읍 지역이다.

이들 3개 읍면에 소재하는 교육시설과 기관은 모두 지원 대상이 된다.

학교는 부구·죽변·울진·울진남부초교 등 4개 초등학교와 부구·죽변·울진중 등 3개 중학교, 죽변·울진고 등 2개 고등학교가 이에 해당된다.

원전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는 사업비는 자그마치 178억6천만원. 올해도 장학금과 교육기자재·시설 등에 29억원을 배정, 집행하고 있다.

프린터에서부터 컴퓨터, 복사기, 피아노와 방송실, 멀티미디어실 등 첨단 기자재, 체육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각급 학교의 교기 및 특별활동 육성을 위해 사격, 배구, 축구부 등에 매년 3천만원에서 7천만원 정도의 장비 및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임자 없는 육영사업비=주민들 사이에선 육영사업비가 '임자 없는 돈'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지원사업을 선정하는 것도, 집행·관리하는 것도 모두 허술하다는 얘기다.

지금껏 관계기관의 감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언제, 얼마나 지원 받았고 또 어떻게 용도 폐기했는지를 나타내는 물품관리 대장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등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막말로 학교 관계자가 개인 용도로 사용해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원전 측은 "학교 측으로부터 수령 확인서만 받지, 그 사용 용도에 대해서 우리가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울진교육청도 "물품 지원의 경우 기증을 이유로 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년 200여명 이상의 대학생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2년제와 4년제, 학년·학교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학점을 기준으로 하는 등 그 선정 방법에 있어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지역 유력 인사들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주민들은 교육청이 관련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전 측 역시 사업을 어떻게 선정했고 또 얼마나 지원했는가 하는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이번 기회에 다른 지원사업처럼 육영사업비도 자치단체에 이양, 단체장이 직접 관리,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최선균(48)씨는 "육영사업비 역시 원전 건설에 따른 반대급부로 지역사회에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운영 주체가 원전 측이 아닌 지자체가 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