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대학도 경영시대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의적 인재와 훌륭한 인재육성시스템은 기업과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그런데 대표적인 인재육성시스템인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대단히 낮고, 특히 2002년부터 신입생이 미달되는 대학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많은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4학년도 유형별 지역별 대학 정원 충원 현황을 보면, 4년제의 경우 대구 98.8% 경북 82.6%, 전문대의 경우 대구 75.4%, 경북 59.8%이었다.

그러나 대학위기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경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경쟁력 평가에 의하면, 한국은 대학교육의 사회요구 부합도에서 59위였고, 대학 경영 효율성도 44위에 불과하였다.

선진국과 중국은 최근 대학의 국제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학에 경영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변화와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학도 이제는 행정의 차원을 넘어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이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첫째 경영마인드와 경영능력이 검증된 CEO형 총장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학들은 총장후보자를 공모하여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들의 경력 비전 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경영마인드와 경영능력을 검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총장 경영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고 심지어 자산관리능력도 없는 사람이 재단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총장에 임명되거나 연고주의와 패거리문화를 이용하여 총장에 선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대학들이 예외 없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CEO형 총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VIP이다.

즉, 비전(Vision), 혁신역량 (Innovation), 조직에 대한 열정(Passion)이다.

비전은 환경변화의 본질과 내재적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조직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혁신역량이 있어야 한다.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강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둘째 대학은 질(Quality) 중심으로 경영패러다임을 전환하야야 한다.

대학이 철저하게 품질관리 시스템을 확립하여 시대가 요구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시스템을 확보하여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고 지식노동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에 있어서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는 대학은 그 존재가치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지식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육중심조직을 창의성과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는 학습중심조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셋째 정부는 질(Quality) 중시 경영패러다임이 확립되어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을 포함하여 모든 자율권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창의적 지식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창의성, 다양성,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야 하는데, 규제가 있는 곳에 창의성과 다양성이 발현될 수 없다.

정부는 일률적인 규제보다 현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정보 공시제도와 대학의 자기혁신에 기초한 지원체제를 통하여 대학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으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는 대학들은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시장의 힘에 의하여 퇴출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대학도 이제 분명히 경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효수 (영남대 교수· 대구경북인적자원개발분과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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