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미녀'는 '왕가슴' 김혜수에게 목숨 건 영화다. 대종상 등 각종 시상식에 입고 나온 그녀의 의상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푹' 파진 드레스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고, 이튿날이면 보일락 말락하는 그녀의 가슴을 캡쳐 한 사진이 인터넷에 '도배'되기도 했다.
훌러덩 훌러덩 벗기만 좋아했지, 정작 에로틱은 하지 않는 각종 연예인들의 누드 속에서 풍만한 그리고 '걸출'한 에로틱이 존재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 아닌가.
그러면 과연 김혜수는 영화에서 에로틱한가. 그 전에 우선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국영화의 '사기성' 짙은 홍보 얘기다.
'얼굴 없는 미녀'가 개봉되기 전 스포츠신문에는 '김혜수 헤어누드가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제작진들이 몰랐는데, 시사회에서 보다보니 김혜수의 헤어누드가 언뜻 보였고, 이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림자일뿐 헤어누드는 아니었다는 덧붙임 말이 있었다.
사실 영화 시사회도 가 봤지만, "어, 털 보인다"는 식의 지적이 나올 수가 있는가. 어느 기자가 그랬다고 치자. 그렇다고, 제작진들이 다시 리와인드 해 보면서 "어, 털 아닌데"라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언영(言映) 유착'(?)이다(스포츠신문을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
'얼굴 없는 미녀'는 미녀 여환자와 점점 그녀에게 빠지는 정신과 의사의 위험한 게임을 몽환적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녀는 타인의 관심과 애정에 집착하는 경계성환자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지수로 나온다. 의사 석원역의 김태우는 마취과 의사인 아내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석원은 최면치료 중 그녀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밤만 되면 휴대폰 벨소리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 '호출'한다.
김혜수는 보일 듯 말 듯, 전라로 출연해 섹스신을 펼친다. 붉은 피가 고인 욕조 속에서 전라로 누워있는 모습은 에로틱을 넘어 상당히 비주얼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결국 '사기'였지만 섹스신에서 헤어누드가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눈을 크게 뜨게 하는 것은 또 수컷들의 자연스런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김혜수의 누드는 사실 에로틱하지 않다. 이유는 그녀의 역할이 정신병 환자라는 설정 때문이다.
에로틱의 요체는 도발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가운데 튀어나오는 일탈이 에로틱의 생명이다. 그래서 멀쩡한 상류부인의 성적 '몸마름'을 그린 '애마부인'이 에로틱하고, 부족할 것 없이 사는 주부의 일탈을 그린 '언페이스풀'의 다이언 레인이 에로틱한 것이다.
그러나 김혜수가 펼치는 일탈과 도발은 성적 충동과 에너지가 없는 말 그대로 '얼굴 없는' 미녀의 것이다. 그것은 공허할 뿐, 성적 흥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어디로 치달을지 모르는 불안감은 '거세 공포'만큼 수컷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김혜수의 과잉 연기까지 더해 '얼굴 없는 미녀'는 광고만큼 에로틱하지 않은 에로틱 스릴러가 되고 만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지수의 남편과 석원이 함께 겪는 한 가지 설정이다. 죽은 아내의 휴대폰에 걸려오는 외간 남자의 전화를 받는 남편의 기분은 어떨까. "오늘 자기 너무 보고 싶다". 촉촉한 남자의 목소리. 남편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화를 끊는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내를 찾는 남자의 애끓는 갈구는 계속된다. 그리고 남편은 그 전화를 계속 받는다. 아내의 죽음을 부정하고픈 심정일까.
지수의 남편은 "(그 놈이)가슴이 터져 죽으라고 계속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속 터져 죽으라'는 그의 저주는 아내의 배신에 분노하면서,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는 회한이 잘 묻어난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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