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단풍산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정(?)하지 못한 이들은 그 여운을 가슴에 담아두다 가을 소슬바람에 가슴앓이를 하지 않을까.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억새들의 군무를 보노라면 여운은 훨씬 진하게 남는다.
광활한 평원위의 은빛 파도. 그 억새 물결의 장관 속에서 탁트인 조망까지 더해지면 세상살이는 던져놓고 마냥 머물고 싶어진다.
오전엔 햇살을 받아 눈처럼 하얗다 못해 눈을 부시게 하는 은억새, 해질 무렵 석양에 비친 황금빛 금억새가 가을 풀벌레 소리와 함께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가을교향악'을 들려준다.
대구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억새명소를 찾아가 본다.
◇창녕 화왕산
설명이 필요없이 봄 진달래와 가을 억새 풍광의 명소다.
정상 평원에는 넓디넓은 억새밭, 바깥에는 기암들로 연결된 바위능선과 절벽, 낙동강 줄기가 보이는 전망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화왕산 등산로는 정상 억새밭을 중심으로 지하골길, 전망대길, 장군바위길, 도성암길, 관룡산 용성대길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어느 곳에서나 1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고 분위기가 아늑해 가족, 연인들의 등행장소로 제격이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옴팍한 대규모의 분지에 온통 억새꽃 하얀 솜이불을 두르고 있는 화왕산은 6만여평 대평원의 십리에 이르는 억새밭의 압권이다.
화왕산의 억새는 키도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다.
억새밭 곳곳에는 사람들이 억새를 눕히고 쉬어 간다.
억새를 뉘어 깔아놓은 바닥은 푹신푹신한 맛이 웬만한 방석보다 낫다.
화왕산 억새밭을 한 바퀴 도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능선들을 오르내리면 다양한 모습의 억새를 볼 수 있고 햇볕의 방향에 따라 은억새, 금억새를 함께 볼 수 있다.
◇밀양 사자평
밀양 표충사 뒤쪽 재약산의 수미봉과 사자봉 사이 100여만평에 이르는 사자평 억새밭은 가을이면 전국에서 순례객이 모여드는 영남알프스의 얼굴.
고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알프스 산악지대에 견줄 만하다고 해서 붙은 영남 알프스의 사자평은 특히 가을이면 산줄기를 따라 끝없는 억새능선이 펼쳐져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명소로 꼽힌다.
사자평 억새는 다른 곳보다 키가 작고 유난히 하얗다.
자갈밭에서 모진 바람을 쐬고 자라고 하루 종일 햇볕을 받기 좋은 지형이어서 일찍이 꽃이 새었다.
영남 알프스의 안개 빛 영봉들을 쳐다보고 넘실대는 억새꽃의 군무가 장관이다.
◇함양 거망산
산 많은 서부경남 함양에서도 산세와 조망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거닐면 기백산, 금원산 줄기를 비롯해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장쾌하게 뻗은 백두대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을이면 눈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억새밭을 스치며 걷는 억새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남쪽에 솟아있는 황석산과 연결해 아기자기한 암릉산행의 즐거움까지 더한다.
거망산의 억새산행은 남쪽 초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억새밭을 감상한 뒤 정상에 올라 북릉을 지나면 또다시 은신치 직전의 산등성이까지 억새능선이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거망산 남릉을 타고 황석산 북봉 직전에도 장쾌한 억새 초원능선이 나타나 쉼없는 억새군무를 선사한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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