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합천 황매산 모산재

경남 합천의 군립공원 황매산(해발 1,108m). 수려한 경관에도 국립공원 가야산과 매화산 남산제일봉의 명성에 가린 느낌이 없지 않지만 탈속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들이 코스다.

최근 봄이면 철쭉제가 열리고 등산로가 개설되면서 아름다운 자태가 널리 알려지고, 기암괴석과 활엽수림으로 뒤덮혀 영남의 소(小) 금강산으로 일컫는 황매산 '모산재'를 찾는 발길들이 부쩍 늘었다.

황매산 정상은 고원처럼 수림이 없는 민둥산이지만 웅장한 남성다움을, 모산재는 여성다운 올망졸망한 기암괴석의 절경을 한껏 맛볼 수 있어 즐겁다.

천년 풍우에 씻긴 병풍 같은 풍경에 숨이 '턱'

▨황매산 모산재

합천호에 하봉·중봉·상봉의 상삼봉 그림자가 잠기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다고해 '수중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황매산.

합천읍에서 대병면 방향으로 낙엽진 일백리 벚꽃나무 길을 따라 20여분 쯤 달리면 합천댐의 웅장한 수문이 나타나고, 언덕배기를 올라서면 가슴이 탁 트이는 합천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반길을 따라 조금만 달리면 대병면 소재지 초입의 대명식당 삼거리에서 좌회전, 이곳에서 3㎞ 더 가면 공원입구로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우측의 좁다란 군도를 올라서면 비취색 하늘을 배경으로 천년 풍우에 씻긴 모산재의 해맑은 모습이 병풍처럼 앞을 가로 막는다.

그 뒤로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 봉우리가 황매산 정상.

황매산 정상에 서면 잔잔한 합천호와 이웃의 악견·금성·허굴산(삼산)과 산청군 차황면 일대의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767m의 모산재 정상은 황매산 등산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온갖 잡목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바위산이다.

등산코스는 모산재 주차장에서 영암사 입구~정상~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통상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정상에서 느긋한 휴식을 취하더라도 3시간이면 족하다.

경사가 가파른 곳이 있긴 하지만 철계단이 나 있어 어린 아이들도 오를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

"돛대바위 없는 사진은 모산재 등반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처럼 등산 도중 돛대바위와 순결바위 쪽을 배경으로 한 컷 찍어두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추억거리.

정상 가까이에 있는 천하명당으로 꼽히는'무지개터'는'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태어나고 자손대대 부귀영화를 누리는 반면, 온 나라가 가뭄과 흉작이 든다'하여 비록 명당자리지만 묘를 쓰지 않는다는 곳이다.

또 하산길에 '순결바위'와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는 '국사당', 통일신라시대 가람 배치 흔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암사지와 흩어진 보물들을 접할 수 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 "가장 빼어난 유적지"

▨영암사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합천의 가장 빼어난 유적지로 꼽은 곳이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걸친 고찰로 금당지와 서금당지·중문지 등의 흔적이 완벽하게 남아있어 사적지(제131호)로 보호되고 있다.

모산재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삼층석탑(보물제480호), 쌍사자 석등(보물 353호)이 볼만하다.

석조물의 빼어난 솜씨와 지난 1984년 발굴 당시 발견된 금동여래입상과 사찰터 규모, 와당 등으로 보아 유서 깊은 고찰임을 알 수 있으나 이곳이 '영암사지'라는 것은 구전으로만 전해올 뿐 정확한 내력을 알 수 있는 문헌은 전해지지 않는다.

또 본당으로 오르는 돌계단은 한개의 원석을 쪼아 만들어 곡선미가 아름답고, 금당지 서편 숲속에는 양편에 웅크리고 앉은 귀부(보물 제489호) 한 쌍이 남아 있다.

조각 그리고 차 한잔의 여유 멋진 '어울림'

▨바람흔적미술관

영암사지 입구에서 서쪽으로 국도를 따라 3분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바람흔적미술관은 또다른 볼거리다.

이 산속에 왠 조각들이 있을까 할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언덕 위 철로 만든 수십개의 바람개비가 황매산을 배경으로 묘한 조화를 이룬다.

10여년전 황매산에 반해 아예 이곳에 둥지를 튼 행위예술가 최영호씨가 꾸민 조각공원이다.

1층 미술관에서는 작가들이 대관료 없이 전시회를 열 수 있고, 각종 퍼포먼스와 음악회 등을 여는 합천 유일의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 2층에는 갖가지 차를 손수 끓여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다.

마신 잔은 직접 씻어 놓아야 한다.

차값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공짜로 먹을 수도 있고 절구통에 양심껏 차값을 두고가면 된다.

얼마전 합천이 고향인 시나리오작가가 이곳을 인수했으나 운영은 예전과 똑 같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먹을거리

모산재 일대에는 민박 등 숙박도 가능하며 토속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모산재식당(055-933-1101)·황매산식당(931-1367)·석정(933-3153) 등 합천 허굴산에서 방목한 토종 돼지고기와 닭백숙, 메기매운탕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감술과 밤술, 조껍데기술 등 토속주들이 애주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합천호 주변에도 많은 식당들이 밀집해 있으며, 토종돼지고기는 물론 우리밀 칼국수와 수제비 등을 맛볼 수 있다.

합천호에서 잡아 올린 빙어회와 무침, 잉어찜 등도 제철이다.

문의 합천군청 문화공보과 055-930-3161.

◇가는 길

88고속도로 고령·합천IC→합천읍 방면 33번 국도→35㎞→합천읍 남정교 앞에서 대병면(합천댐) 방면으로 우회전→20㎞→대병면 소재지 대명식당 앞에서 좌회전→진주·삼가·가회 방면 1089번 지방도→3㎞→황매산 공원입구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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