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배우'꼬리표 이제 떼고 싶어요

TV드라마를 보면 악역 전문배우, 단막극 전문 배우, 사극 전문 배우 등 한두 가지 성격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배우들이 눈에 띈다.

이런 경향은 주로 중견배우를 중심으로 심한 편. 연기력을 갖춘 중년 연기자가 부족하고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가 비슷한 배역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이러한 비슷비슷한 성격의 배역을 꼬집는 '전문배우 시리즈'가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머니 전문배우=요즘 어머니 역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바로 김해숙이다.

김혜자, 강부자, 김영애, 고두심 등 어머니 역 계보(?)에서 가장 최근 활동이 두드러진 그녀다.

김해숙은 KBS, SBS 등 각 방송사의 주요 드라마에서 모두 어머니 역을 소화하고 있다.

SBS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돈만 밝히는 철없는 남편을 보듬으며 평범치 않은 네 딸을 키우는 엄마로 출연하고 있다.

KBS 2TV 드라마 '오!필승 봉순영'에서는 봉순영의 어머니로 등장한다.

생활력 강하고 극성스럽지만 남편에게는 애교 만점인 어머니 역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서도 안성실(김희애)의 친정 어머니로 등장하고 있다.

남들이 싫은 소리를 해도 막상 당하는 순간에는 화도 못낼 정도로 순진하면서도 남편과 자식에게만은 끔찍한 어머니다.

김해숙은 캐스팅이 확정되면 극중 자식으로 출연할 후배들에게 밥도 사줘가며 친밀감을 높인다고 한다.

부모 자식간의 연기를 하더라도 일상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그 사랑이 자연스럽게 연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불륜 전문배우=요즘 드라마에서 불륜은 빠지지 않는 주요 코드가 됐다.

그 중에서도 유독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역으로 많이 나오는 이는 바로 이종원이다.

최근 종영한 '애정의 조건'에서 조강지처 채시라를 버리고 뻔뻔스럽게 바람을 피우는 진정한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던 이종원은 SBS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를 울렸고 '젊은이의 양지'에선 하희라를 울렸었다.

이종원은 SBS 아침드라마 '선택'에서도 성공한 사업가로 부유한 이유진과 약혼했지만 첫사랑 오정민(심혜진)에게 헌신적인 사랑과 정열을 바치는 성태완 역을 맡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악역을 자주 맡는 것에 대해 "주로 악역만 맡게 되는 것은 나 역시 당연히 달갑진 않다.

하지만 악역 연기는 이제 편안하다.

이제는 정말 착한 역할을 맡아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부도 전문배우=결코 달갑지 않은 부도 전문 타이틀은 중견배우 현석에게 붙었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부도를 맞거나 죽음으로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 개성 넘치는 청춘스타였던 그는 최근 수더분하고 우유부단한 아버지역을 많이 맡아왔다.

지난해 전파를 탄 MBC '회전목마'에서 김남진의 아버지 역으로 크게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고 결국 지병으로 숨지는 역할을 맡았고 MBC '로망스'(2002년)에서는 김재원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부도를 맞게 되자 결국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했다.

MBC '백조의 호수'(2003년)에서도 김지영과 정혜영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해 역시 부도를 내고 죽음을 맞았다.

'그 여자네 집'(MBC·2001년)에서는 김현주의 아버지 역으로 부도를 맞아 부잣집 딸이었던 김현주가 남의 집 신세를 지도록 했다.

◇이혼 전문 배우=평범하고 너그러워 보이는 손현주는 이혼남 전문 배우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5,6회나 이혼남 역을 맡았을 정도로 자주 부인과 헤어지는 남편 역을 소화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MBC 아침드라마 '열정'에서 그는 음반제작자인 우식 역으로 본처인 강지(조미령)에게 걸핏하면 구타 당하는 약한 남편으로 살다 이혼한 뒤 준태(최철호)와 이혼한 인희(진희경)와 새로 결혼하는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전파를 탄 MBC '앞집 여자'에서도 허영란과 바람을 피우다 이혼하는 능청스런 이혼남으로 등장했고 2001년 오연수와 주연을 맡은 MBC '결혼의 법칙'에서도 부인과 헤어졌다.

사실 가정적인 남편으로 소문난 그는 '열정'의 제작발표회에서 "옛날에는 처가살이하는 공처가 역할이 많았는데 3, 4년 전부터 계속 이혼시킨다"며 "그것도 대부분 배짱도 없으면서 바람 피우다 들통나 이혼당하고 쫓겨나는 역"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애정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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