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내부고발자

72년 터진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내부 정보제공자가 없었으면 그냥 묻힐 뻔했다. 권력 내부 한 익명의 인사가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에다 누구를 불러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계속 제공한 것이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연일 새로운 사건들이 드러났고 그 결과 의회는 권력의 탐욕을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기자가 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도 정보제공자가 만들어 낸 걸작품이었다.

◎…최근 '공격계획(Plan of Attack)'이라는 신간을 통해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한 우드워드는 당시 사회부 신참 기자였다. 취재가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지하 주차장에 나타나 정보를 알려주는 그림자 같은 사나이, 그는 '딥 스로트(deep throat)'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였다. 연일 쏟아내는 워싱턴 포스트의 특종 기사는 수사를 급속도로 단축시켰다. 내부고발자의 발언은 이렇게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다. 그런데 우드워드 기자가 아직까지도 '딥 스로트'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을 보면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그의 기자정신이 오히려 돋보인다.

◎…내부고발(whistle blowing)은 영국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와 동료의 비리를 차단하려던 데에서 유래됐다. 동료가 동료나 조직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일종의 양심선언이다. 민주화와 세계화가 진전되고 투명성과 합리성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그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로 끝나버린 것도 일부 엔지니어들이 부품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했기 때문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지법은 26일 안산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 부당 사례를 고발한 공무원을 시청에서 동사무소로 인사조치한 것은 "보복 조치"라며 안산시장은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내부고발자 처벌에 대한 형사처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사실 내부고발자는 철저히 보호돼야하지만 인정(人情)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는 '조직의 이단자' 내지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한국의 부패지수가 개선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직에 충성하느냐, 사회 정의에 공헌하느냐, 이 땅의 내부고발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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