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古宮)에도 어느덧 가을이 찾아들었다. 고색창연한 건축물들 사이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부침 많았던 조선왕조 500년의 세월이 낙엽 진 포도 위에 옅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궁궐가는 길. 맑은 가을 하늘을 가린 고층빌딩 숲 사이에서 고궁을 찾아냈다.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버린 고궁. 한때는 조선 왕조의 얼굴이자 상징이었지만 이젠 바람처럼 서 있을 뿐…. 만추의 서정이 배어 있는 궁궐 담벼락에 기대어 지나간 시간을 생각했다.
창덕궁·경복궁·덕수궁·창경궁…. 휴일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휴식공간이지만 최근 대대적인 복원 공사와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창덕궁 후원(後苑)이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 오랫동안 꼭꼭 감추어져 있던 창덕궁 후원 내 존덕정(尊德亭)과 옥류천(玉流川) 일대가 지난 5월부터 일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흔히 비원(秘苑)으로 알려져 있는 후원은 부용지(芙蓉池)에서 시작된다. 연못 한가운데 작은 섬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무척 신비스럽다. 수면 위로 부용정이란 정자와 소나무, 뒤편 2층 건물인 주합루(宙合樓)의 반영이 살살 흔들린다.
부용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통제구역을 알리는 차단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이번에 개방된 구역이다. 휘어진 길을 따라 굽이돌자 호리병 모양의 연못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유일의 부채꼴 정자인 관람정(觀纜亭)에서 굽어본 연못 위로는 핏빛 단풍이 가을 햇살에 어려 주위를 환하게 밝힌다.
그 옆에 서있는 존덕정(尊德亭). 정육각형 형태의 정자로 겹겹이 올린 처마가 눈길을 끈다. 숲길을 따라 1㎞ 가량을 더 들어가면 후원 가장 깊은 곳인 옥류천(玉流川). 큰 바위를 깎아 산 물줄기가 바위 둘레의 동그란 홈을 돌아 폭포처럼 떨어지게 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바위엔 푸른 이끼가 가득 끼어 있다.
창덕궁은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 궁궐·부용지·낙석재 등을 둘러보는 기존의 2.1㎞ 코스는 약 1시간 20분이 걸리며 매시간 15분, 45분 두차례 출발한다. 기존 코스에 후원 일부 지역을 추가한 새 코스는 3.1㎞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이 새로운 코스는 일일 3회로 나눠 실시하고 매회 사전예약자 50명만 참가할 수 있다. 기존 코스 2천300원, 신설 코스 5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창덕궁관리소 02)768-8262.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설명 : 창덕궁 관람정에 올라 내려다본 후원(後苑). 오랫동안 비밀의 금역이었던 후원도 이제 온통 가을색이다. 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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