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 대통령 발언 이후 여야 논쟁 재가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난 26일 발언("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됐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이 재차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대응을 자제해 왔던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헌재의 결정을 공격하면서 한나라당과의 법리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27일 "헌재가 관습헌법(불문헌법)이라는 헌법에 쓰여 있지 않은 법에 따라 국회가 만든 법을 해석하고 무효화시킬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성문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헌재가 관습헌법 운운하며 성문헌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법리상 의문이 간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헌법에 없는 관습헌법을 헌재 스스로가 만들어서 그것으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시작한다면 국회의 입법권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뒤이어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이 가세했다.

그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제 무엇에 따라 어떻게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할지 참으로 난감하게 됐다"며 "의회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조선왕조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개정해야 대한민국 성문헌법과 조선왕조 이래 관습헌법의 충돌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면서 헌재 결정을 비아냥댔다.

심지어 헌재 재판관들의 자격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 논의도 한창이다.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헌법재판관 중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의 재판관만 청문회를 받도록 한 규정을 고쳐 9인 전원에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노 대통령의 발언이 여권이 추진하려는 4대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속셈을 담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는 주장도 4대 법안에 대한 야당의 위헌제기를 사전차단하려는 의도에서 헌재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7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더 이상의 논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공격한 뒤 "현 정권이 추진하려는 4대 입법은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민을 혼란과 분열로 빠뜨릴 4대 쟁점법안 추진을 위해 헌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헌재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위헌적 수도이전 추진이 초래한 국력낭비와 국론분열에 대해 뼈저린 반성과 책임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윤석(張倫碩) 당 법률지원단장도 "헌법이 헌재에 부여한 기능인 위헌 법률 심판으로 권력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기한 것이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헌재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경훈·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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