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끝장토론'이 남긴 의미

26일 심야에 '대구 변해야 산다' 라는 주제를 갖고 3시간여 진행된 '끝장토론'에서 튀어나온 3손(損)주의가 두고두고 화제다.

이날 토론은 정체된 도시 대구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취지였으나 초점은 대구시 공직사회에 맞춰졌다.

공직사회가 바뀌지 않고서는 시민들이 바뀔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연히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았다.

공무원을 접하면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 판에 방청객으로 나온 현직 공무원의 입을 통해 등장한 3손주의라는 생소한 용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공직사회의 현주소가 무사안일(無事安逸)에서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신토불이(身土不二)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수준을 넘어 몸이 땅과 하나가 될 정도로 공직사회가 일을 하지 않고 보신에만 열심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언즉손(言卽損), 시즉손(視卽損), 동즉손(動卽損)이라는 3손주의를 설명했다.

언즉손은 말 하는 것 자체가 손해 즉 입을 닫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즉손은 보는 것이 손해라는 말로 눈 딱 감고 있으면 본전은 한다는 뜻이란다.

또 동즉손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공직사회에는 '일이 없으면 사고도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자신도 공무원 사회의 일원이라서 예외가 아니라는 고백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해녕 대구시장은 "최근 공직사회에서도 많은 변화의 노력이 진행 중이며 내부의 문제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전화 토론자는 "대구지역 공직사회의 혁신에 대한 노력을 과소평가하지는 말아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공직사회를 향한 따가운 질책에 이어 공무원의 자기고백과 변화의 노력을 함께 엿볼 수 있었던 것으로도 이 토론회는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 동 관 정치1부 llddk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