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여성 한글백일장-­여중부 산문 장원/비밀번호

이슬기 / 송정여자중학교 2년

현대의 우리 사이에는 예전과 다르게 수많은 해독해야 할 비밀번호가 있다.

서로 아픔을 감싸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서로 알게 해주는 비밀번호, 수많은 비밀번호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밀번호를 푸는 것은 사람이다.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 자신 하나하나가 비밀번호가 아닐까 싶다.

나는 상처를 감싸주는 비밀번호가 되고 싶다.

서로를 알게 해주는 비밀번호가 되고 싶다.

지난 3월, 나는 2학년이 되는 첫날이라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을 가졌다.

반 배정이 나왔고, 나는 8반이었다.

술렁거리는 교실에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여러 이야기를 하신 후 출석을 부르셨고 우린 떨리는 마음으로 '네' 대답했다.

그러다가 스무 번째쯤 '네'소리가 멈춰 섰다.

"김쪻쪻, 김쪻쪻!"

"얘들아, 이 중에 예전에 김쪻쪻이랑 같은 반이었던 사람!"

그러자 교실 곳곳에서 손이 올라왔고, 머리가 짧은 한 아이에게서 '얘는 원래 안 와요, 아마 화장실에 있을 거예요. 이상한 애예요'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구나 하고 넘긴 뒤 며칠 후 아이들과 꽤 친해졌을 때, 나는 못 봤던 아이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키에 작은 얼굴, 얼굴에 빨간 흉터……. 나는 아이들로부터 쪻쪻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난 또다시 외로워 보이는 그 아이에게서 관심을 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학기가 되었다.

2학기 초의 어느 날, 우리는 제비뽑기를 하였고, 쪻쪻이가 내 짝이 되었다.

아이들의 '불쌍해!' '안됐다!' 소리와 함께…….

나는 처음으로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친하게 지내자."

하지만,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오기에 더욱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잘 해 주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쪽지를 그 아이 책상에 올려놓았고 처음으로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웃으며 쪽지를 주었다.

'To. 슬기에게

안녕, 나 쪻쪻이야……. 쪽지 써 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 이번 축제때 노래 부르려고…… 응원해 줘.' 라는 쪽지를.

그 뒤 우리는 '그래, 민정이랑 함께 꼭 응원하러 갈게!' 등의 짤막한 쪽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나는 쪽지를 받을 때마다 너무 기뻤다.

처음에는 동정심과 오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진심이 되었다.

그렇게 쪽지를 주고받던 우리였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작고 어여쁜 목소리로

"저기, 색연필 있어?"

비록 물건을 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저 기뻤다.

웃으며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 뒤에는 '오디션 때 부를 곡인데…' 등 짤막한 쪽지가 아닌 짤막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오디션 후에도 '나 잘한 것 같아……' 등의 목소리를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션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

쪻쪻이는 그 결과 때문에 책상 위에 엎드려 울었다.

떨어졌기에……. 나는 쪻쪻이가 얼마나 기대하고 노력했는지 알았었기에 같이 슬펐다.

하지만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 주지 못했다.

말주변이 없었기에…….

그 일이 있은 후, 쪻쪻이는 나에게 말은 했지만 전보다 짧게 말했다.

나는 후회한다.

내가 그때 짧게라도 위로해 주었다면 하고 때로는 후회한다.

하지만, 믿는다.

내가 꼭 쪻쪻이가 갇혀있는 쓸쓸한 방의 비밀번호를 알아낼 거라고……. 그때는 진짜로 손까지 내밀 것이란 것을 나는 믿을 거다.

그렇게 행동할 나를…….

'쪻쪻아, 그 땐 미안했어! 나 용서해 줄거지? 내가 꼭 너의 슬픔을 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방문 비밀번호 알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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