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서울의 목소리, 지방의 목소리

한때 서울에 살면서 서울 친구가 서울 이외의 지역을 '시골'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화가 났던 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서 사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다시 한번 놀라고 속상했다.

그 같은 인식 한편에 지방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각종 문화시설과 첨단 도시기반 시설들이 있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길 막히고 공기 나쁘고 살아가는 게 만만찮은 곳에 살면서, 대한민국에 서울만 있는 줄 아는 편협한 우월의식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은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고 내린 판결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법리 해석이 무리하다는 헌법학자들의 의견에 일면 공감하지만 그 판결 또한 받아들여야 하므로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나는 순간 솔직히 분통이 터졌다.

헌재의 판결에 수긍하지 못한 이들이 "헌법 재판관들도 서울에 살기 때문에 무리한 이론으로 수도 이전을 반대한 것"이라든지 "헌법재판소가 지방에 있었다면 그 같은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시원하게 다가왔다.

서울이 조선왕조 이래 수도였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모든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현실은 지방의 우리들을 답답하게 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심지어 논리조차도 서울 위주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는 멍청히 있다가 뒤늦게 기득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를 느꼈음인지, 아니면 정치적 이해 관계의 전략적 소재로 활용하기 위함인지 수도권의 주류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한 여론은 거세게 반대 논리를 내세웠다.

'서울 논리'의 파급 효과는 대단해서 결국 수도 이전은 무산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지방민들 상당수가'서울 논리'에 경도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큰 소리를 내면 그걸 어느 정도 당연시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각 지방은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있고 자존심도 있다.

'서울 논리'에 대해 때로는 분노하면서 지방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참, '서울특별시'라는 행정구역 명칭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도면 수도지, 무슨 특별한 데라고 '특별시'라고 부르나.

김 지 석(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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