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대 '경산 대추' 이젠 옛말

전국 최대의 대추 주산지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경산 대추. 그러나 자체 시장이 열리지않고 다양한 용도의 제품 개발이 되지않아 단순한 주산지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그 명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대추의 고장 경산=경산은 태풍과 홍수피해 등 천재지변이 거의 없는 천혜의 기후조건과 일조량이 많아 과일 재배의 적지다. 지난 1970년대 초 사과의 대체작목으로 대추가 재배된 이후 임당·압량·자인·진량·하양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났다.

2003년도 기준으로 전국의 대추 재배면적은 모두 3천780ha. 이중 경산지역이 전국 재배면적의 24%인 912ha를 차지해 2천855t의 대추를 생산, 전국 최대규모의 주산지가 됐다. 지난 1970년대와 1990년대 중반 빗자루병 발병 이후 재배면적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피해가 많았으나 올해는 평년작 이상으로 70여억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대추시장이 안 열린다=경산 대추는 30여년 넘게 전국 최대 주산지이면서도 이에 걸맞은 대추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대추는 생과일이면서도 그동안 경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산업분류상 농산물이 아닌 임산물이요, 오랫동안 한약재로 취급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서는 30∼40여년 전부터 대추시장이 열리고 있다. 연산면사무소 신수현 개발담당은 "연산에서는 전국 대추 총생산량의 30%정도가 거래되는 전국 최대 대추 집산지로서, 전국 대추의 시세가 결정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자인농협 이대희 조합장은 "경산에서는 연간 수십억원어치의 대추를 취급할 수 있는 큰 상인들이 없다보니까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추시장이 서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연산 등 외지 상인들이 경산대추를 사들이면서 홍수출하에 따른 지역 농민들이 제값을 못받고, 다른 지역 대추로 선별 포장돼 둔갑 판매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경산에서도 지난 1990년대 말 대추공판장 설립을 시도했으나 시의 적극성 부족과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추는 유통망이 확보되면 생대추로도 판매가 가능하지만 현재 경산대추의 98% 정도는 마른 대추로 유통되고 있다. 유통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일부 큰 상인들에 의해 가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많다.

◇대추는 임산물=대추는 산림수종으로 분류된 임산물이다. 대추 재배 농민들은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대부분 농지에서 재배되고 있음에도 임산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포도, 복숭아 등 농산물에 비해 지원과 보조가 턱없이 적다"고 불만이다. 산림청에서 하는 생산기반조성 사업도 불과 5년 전부터 실시됐을 정도다. 생산기반 조성과 저온창고, 건조장 짓는 사업비(보조·자부담 각 40%, 융자 20%)도 지난 2002년도 3억9천200만원, 2003년 6억2천700만원, 올해는 7억1천만원에 불과하다.

대추재배로 지난해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임당대추농장 김영식(57)씨는 "대추가 지역 농가소득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임산물로 분류돼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 그동안 지자체에서도 생산기반조성에 치중해 왔지 유통, 가공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농산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추 공판장 설립이 시급하다. 생산자단체와 시, 지역 상인들의 공동 노력이 요구된다. 또 다양한 용도의 대추관련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경산대추영농조합법인과 몇 사람의 농민들이 대추음료 등 가공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자본력 부족과 운영미숙, 판로망 미확보 등으로 대부분 부도처리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추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서 주목된다. 자인농협 이정태 대리는 "청국장에 대추를 첨가해 만든 '대추환청국장' 제품을 생산, 자체 판매망을 활용해 판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획기적인 아이템 개발을 통한 제품생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알알이농산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연구개발 끝에 대추의 씨를 뺀 생생대추와 슬라이스 제품 생산에 성공해 지난해부터 본격 생산을 하고 있다. 전태익(45) 대표는 "그동안 대추는 말려서 식용이나 한약재로 먹었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대추씨를 빼내고 과일처럼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욱씨는 "대추 공판장 설립과 대추한과·대추음료·대추수정과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 개발,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명성을 이어나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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