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 나홀로 선거 "기가 막혀"

유권자 유례없이 냉담…"혈세 낭비" 반응만

"나홀로 선거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대구·경북에서 광역의원 2명과 기초의원 6명을 선출하는 10·30 재·보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다. 27일 오후 3시쯤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의 한 도로 중앙차로. 5명이 출마한 수성2선거구 시의원 후보 A씨가 오가는 차량들을 향해 "대구경제를 살리겠다"며 화물차 위에서 유세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관심할 뿐이었다. 전날 시장터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선 주민들과 악수도 나누고 명함도 건넸지만 도로유세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반응이 싸늘할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2명의 구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돼 2년 만에 같은 동에서만 세 번째 구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 동구 불로·봉무동 선거구에 출마한 B후보. 그는 유세를 하면서도 따가운 눈총세례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왜 선거를 또 하느냐'고 묻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다"면서 "'돈 낭비다'라는 지적을 들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주민 관심이 없다보니 로고송도 만들지 않았다.

이처럼 유권자의 무관심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선거감시는 제쳐두고 투표율 올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수성구선관위는 대로변에 현수막을 내걸고 전광판과 아파트·동사무소 방송 등을 통해 투표일과 투표시간을 알리고 있다. 또 선거감시단원들은 포스터 500장을 부착하고 선거 전단지 1만부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특히 경북선관위는 별도의 홍보반을 구성, 경주시 황오동 청송군 부남면 등 5개 기초의원 재·보선 선거구 내 1만5천여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투표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이처럼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들이는데도 불구하고 10~20%대의 투표율과 냉담한 유권자 반응으로 재·보궐 선거는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 지방 선거이후 대구에서 치러진 구청장, 시·구의원 재·보궐선거는 모두 6차례. 선거경비만도 모두 22억6천80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후보자(10% 이상 득표)에게 지급된 선거 비용 보전금과 투표용지·전단지 제작, 선거 참관인·개표인 수당, 개표소 설치 등에 따른 선관위의 선거관리비용을 합한 금액.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올 들어 선거공영제 취지가 강화되면서 후보자에 지급되는 보전금이 '항목별 보전'에서 '총괄 보전'으로 바뀌어 선거경비가 크게 늘었다"며 "이런 큰 돈을 쓰고도 관심은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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