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이란 말 만큼 신봉을 받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과학적'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완전무결한 것으로 통한다. 하지만 중세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은 철학 신학 문학보다는 하위 개념이고, 학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과학적'이랄 수 있는 사고나 활동이 없지 않았지만 인간 생활에서 그렇게 중요시되지도 않았고, 대접 받지도 못했다.
◎…과학이 학문의 앞자리에 앉게 된 건 근대 이후다. 과학의 유용성과 합리성이 널리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면서 과학이 인문학이나 사회학의 자리를 밀어내고 으뜸 학문으로 행세하게 됐다. 그 위세가 날로 커져 오늘날 인문학이나 사회학을 '인문과학' '사회과학'이라고 부를 정도로 당당함을 뽐내고 있어도 '절대자'나 '총체' '생명' 등 총괄적 문제는 잘 다룰 수 없고, 다루지도 않아 인문학의 영역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유전공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황우석 교수가 최근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복제 생산에 성공한 후 생명 윤리'문제가 제기되면서 연구를 중단했던 황 교수는 연구 재개 이유를 일부 국가가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할 움직임이어서 우리가 앞서가던 '생명 산업'의 선두자리를 빼앗길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연구 범위는 환자 치료용에만 한정되며,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사람을 고통에서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해마다 수억의 인구가 배고픔으로 숨지고, 수천만명이 질병으로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돈 많은 소수의 환자를 위해 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세상에 유익하고 합리적일지에 생각이 미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배아를 생명체로 볼 것인지 아닌지 윤리적 해답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마당에 줄기세포의 필요한 부분만 성장시켜 부유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을 무시하는 성급한 과학의 오만이 아니겠는가.
◎…물론 세계 최첨단이라는 황 교수의 연구가 우리의 국부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서울대 1호 석좌교수를 만들어 절대다수의 UN 회원국들이 반대하는 연구를 부추길 필요가 있는 것일까. 우리도 이제 '과학'이라면 무조건 박수칠 일이 아니라 '나쁜 과학' '좋은 과학'을 따지는 비판적 시각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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