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치소 "공짜"…불황에 '몸으로 때우자'

고속철 "안타", 스티커 "겁나"

"시간보다는 돈이 우선!"

경기침체 장기화로 차비를 줄이고 휘발유값을 아끼려는 풍조가 늘고 규정 위반 차량이 줄고 있다. 또 벌금 대신 노역으로 형을 때우려는 사례도 늘었다.

철도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무궁화와 새마을호가 먼저 매진된 뒤 고속열차(KTX)의 구매가 시작되면서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반열차는 모두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반면 KTX는 절반 이상 좌석이 비는 사례가 빈번한 것.

지난 4월 고속철 개통 이래 KTX 탑승률은 목표치(13만1천명) 대비, 평균 62%(6만3천명)에 그친 반면 일반열차는 철도청이 잡은 목표치(4만2천명)의 117%(4만7천명)에 이르는 높은 수송실적을 보였다. 일반철도는 또 8월에도 목표치의 138%, 9월에는 135%에 이르는 높은 수송 실적을 보이는 등 일반열차 탑승률은 점차 높아지는 실정.

동대구역 관계자는 "부산, 대전 등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승객은 일반열차 좌석 매진 때도 고속철 대신 입석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속도로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경부선 대구-구미 구간이 왕복 8차로로 확장됐으나 고공행진의 기름값 절감을 위해 경제속도를 준수하는 운전자가 늘면서 과속적발 건수가 줄었다.

대구·경북지역 고속도로의 과속 적발은 지난 1월 4천594건에서 6, 7월 2천900여건으로 감소했고 9월에는 2천384건으로 올들어 가장 적었다. 운전자 강 모(23·대구대 3년)씨는 "고유가로 경제속도 80km를 지킨다"며 "평소 과속 때보다 연료비가 50% 절감되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비슷한 차량이 요즘들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출퇴근 시간의 버스 전용차로 위반건수도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월 평균 2천760여건이었으나 7월부터 9월까지는 월 2천200여건으로 줄었다.

벌금 납부 대신 구치소에서 노역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올들어 9월말 현재 대구지검 관내에서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약식기소되거나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돈이 없어 노역을 한 이들은 3천883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천400여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

이들 중 500만원 이상인 고액의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을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100만∼300만원의 벌금을 내지 못한 이들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대구지검 집행과 관계자는 "50만원 이하의 소액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을 하는 이들이 올해에만 100명을 넘어섰다"며 "한달에 몇명 정도는 아예 구치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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