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에선 전문 진료과목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이름을 바꾸는 문제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를 놓고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찬반 논쟁이 들끓었다고 한다.
개명을 추진하는 측은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분만이 줄어 분만시술을 못하고 있는 산부인과 개원 의사가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살려면 진료영역 개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산부인과 의원에서 이뤄진 분만건수는 지난 2002년 1천400건이었으나 지난해엔 1천200건으로 줄었다.
이미 상당수 산부인과들은 분만이 줄면서 유방암 검진이나 종합건강검진, 비만치료 등 진료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산부인과가 여성의학과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전문 진료과목 간의 영역 붕괴에 있다.
이미 명칭을 바꾼 진단검사의학과(전 임상병리과), 영상의학과(전 진단방사선과) 등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과목은 해당 과의 이미지 쇄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어 큰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여성의학과'의 경우 강도가 다르다.
명칭 자체가 진료 영역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여성의학과로 개명될 경우 요실금과 비만, 성형, 노화방지 등은 물론 여성이 걸릴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사실상 진료 대상으로 해당될 수 있다.
다른 진료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소아청소년과'로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소아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지난해 '소아과' 명칭을 '소아청소년과'로 바꾸기로 의결했으며, 의료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소아과 진료 연령이 15세까지인데도 '소아과'란 명칭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소아과 진료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흉부외과도 '흉부심장혈관외과'로 간판을 바꿔 달기로 했다
의사는 법적으로 진료 영역에 제한을 받지 않고,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의료법은 병·의원이 진료영역을 표시할 때 전문과목과 진료과목으로 구분토록 하고 있다.
과목 명칭변경은 비단 의료계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명칭 변경으로 인해 전문과별 경계가 무너질 경우 환자들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환자들은 지금도 어떤 질환이 있을 경우 어느 과에 가야할지 잘 모르고 있다
더욱이 의사들이 진료영역을 놓고 샅바 싸움을 한다면 결국 환자들이 골탕을 먹게 된다.
대학병원 내과의 한 교수는 "노인의학과 신설도 추진되는데 할머니가 아프면 여성의학과를 가야하나, 노인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나"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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