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비슬산 공영주차장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장애인 100여명이 산에 오르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이들은 등산학교의 협조를 받아 단풍 구경에 나선 대구시립희망원 정신·지체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30명과 등산학교생 20여명의 도움으로 비슬산 대견사지까지 8.3km의 길을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이용애(48·여·가명)씨는 "한 달에 한번 아들을 보기 위해 외출하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산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며 "오색찬란한 단풍이 너무 예쁘고 공기도 좋아 이제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원 안에서만 생활해온 그들로서는 급경사의 산길을 오르기가 벅찬 것은 당연했다.
등산 시작 40분이 지나 청소년수련관 쯤 왔을 때 당뇨에 정신지체를 앓고 있던 지미란(35)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주저앉았고, 또 한명은 발이 아파 더 이상 산행을 할 수 없었다.
50보를 걷고 한번씩 쉬면서 산에 오르던 정신지체장애인 최순옥(47·여·가명)씨는 "몸은 좀 힘들지만 이렇게 확 트인 산자락에 오르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탄성을 질렀다.
이날 산행은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모두 5개조로 나눠 장애인 20명에 자원봉사자와 등산학교 봉사자 10명씩 동행했다.
15년째 희망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종(45·달서구 상인동)씨는 "우연한 기회에 희망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정이 들어 1주일에 한두번 보지 않으면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며 "이들의 손을 붙잡고 같이 걸어가는 것이 봉사이며 치료"라고 말했다.
3시간 뒤 대견사지에 오른 이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정상인과 다름없이 자신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이주우 희망원 생활지도과장은 "산행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면서 부정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성취감을 얻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사진:대구시립희망원 장애인 100여명이 28일 비슬산에서 단풍구경을 하며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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