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도입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이 과도한 내신 경쟁, 고교 중퇴 붐, 수능 고득점 불합격자 양산 등을 유발해 공교육을 오히려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교사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내신 관리를 엄격히 하는 한편 대학별 논술·구술면접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등 후속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내신 비중 커져도 문제=교육계 안팎에서는 내신 강화가 학교 교육에 활기를 불러올 수는 있겠지만 선행 학습을 위한 사교육비 지출 증가, 학생들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인성교육 약화, 일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 등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신성적으로 고교 진학이 결정되는 중학교의 경우 이미 교과 선행학습이 일반화됐으며 시험 때가 되면 족보(기출문제), 교사별 출제 경향 등을 분석, 제공하지 않는 학원이 없을 정도다. 한 중학교 교사는 "현재의 교사 수나 업무량으로는 사교육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시험 출제와 관리가 어렵다"며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오해를 받거나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도 적잖다"고 했다. 그는 "고교 내신성적은 대학 진학이 좌우되는 만큼 선행학습 부담은 더 클 것이고 시험 관리도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내신 관리 실패는 자퇴=교육부는 이번에도 검정고시 출신자나 2008년 이전 졸업생, 고교 중퇴생 등에 대한 내신 적용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내신성적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2008학년도 이후에도 수능 성적과 연결시키는 비교 내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신 관리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자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고교 교사들은 그동안 내신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특목고 학생들의 중퇴 러시를 불러온 실례가 있는 만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예상했다.
▲수능 고득점하고도 탈락=수능 점수 대신 등급만 표시되면 같은 등급을 받은 수험생 사이에는 실제 점수가 10~30점씩 차이가 나도 합격 여부와는 무관해진다. 이럴 경우 내신성적 외에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논술과 구술면접에서 정보력과 경제력, 교육여건 등이 우월한 수도권 수험생이 지방 수험생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등급제가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폐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학력 말고는 유리할 게 없는 지방 수험생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점 차이로 지원 자격 미달=수능시험은 그동안 한 번의 시험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단판승부라는 비판을 받으며 재수생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등급제는 이를 한층 완화시키겠지만 한두 문제를 실수해 1등급이 떨어짐으로써 희망하는 대학에 아예 지원조차 못 하는 수험생을 적잖이 낳을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재수학원가에서는 등급제 도입으로 재수생 수가 줄겠지만 고득점 탈락자나 등급 미달자 등이 새롭게 재수 수요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설명 : 안병영 교육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최종안 발표한 28일 오후 종로구 청운중학교에서 쉬는시간 동안 3학년 학생들이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특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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