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억척으로 모아 베푼 고향사랑...홍경장학회 최재홍 이사장

어릴 때 고향을 떠나 만주와 일본에서 억척생활을 하며 자수성가한 최재홍(82·대구시 수성구 상동)옹이 3억원을 출연, 30일 낮 고향인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에서 고향 후배들을 위해 (재)홍경장학회를 설립한다.

홍경(弘經)장학회의 이름은 최 이사장의 이름에서 따온 홍(弘)자와 법명인 법경에서 경(經)자를 인용했다. 마을주민들을 그를 두고 "한평생 고향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한창 돈을 모으려던 시절, 고향에 교량시설비를 지원해준 후 모든 사업들이 거짓말처럼 술술 잘 풀려나갔다"고 회상하는 최 이사장은 그후 고향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다.

특히 지난 1974년 평생 처음으로 내집마련을 위해 간직하고 있던 집값 250만원을 마을 앞 교량건설 비용으로 선뜻 희사한 사연은 지금까지 동네사람들에게 전설처럼 전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교량의 이름을 최 이사장의 이름자를 따서 '홍신교(弘信橋)'라고 짓기도 했다.

그의 고향사랑은 평생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마을 저수지 건설비용으로 1천만원을 기탁했고, 90년엔 4천만원을 들여 마을회관을 건립해 줬다. 97년에는 마을 안 버스정류소 부지 300평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향마을 중·고교생 4명에게 160만원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30일 장학재단 설립 기념식에서 대학생 3명, 고교생 9명, 중학생 5명 등 17명에게 900만원, 동네 불우이웃 2명에게 1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총1천만원을 전달한다.

앞으로 홍경장학회 운영을 담당할 예종해(67·사위)씨는 "홍경장학재단의 자본금을 점차 늘려가면서 칠곡군뿐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한 장학재단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 이사장은 17세 때 혈혈단신으로 만주로 가서 주점서기를 하며 돈을 모았다. 22세 때는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친척이 운영하는 탄광용 볼트와 너트 제조 공장에서 억척같이 일하며 돈을 벌어 해방 직후 귀국했다.

그러나 동료에게 속아 그동안 모은 재산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후 서문시장 노전에서 시계좌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최 이사장은 전 제일모직 앞 1천700평의 웅덩이를 매입, 그곳에 석탄찌꺼기를 메우는 사업이 성공하면서 서울로 진출, 부동산업으로 재산을 크게 키웠다.

철저한 불교신도인 최 이사장은 74년 대한불교 진각종 희락심인당 신도회장을 비롯해 84년부터 10년 동안 전국신도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향마을 주민들이 지난 87년 마을 한복판에 공덕비까지 세운 그의 삶과 고향을 위한 사연들은 후손들에게도 전설로 남을 것이라는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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