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도시락 봉사'…재미교포 써니 존스씨

'사랑도 함께 전달합니다.' 29일 늦은 오후 빛 바랜 경승용차 한 대가 대구 남구 봉덕동과 대명동 일대 좁은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달렸다. 얼핏 보기에도 허름해 보이는 집 앞에서 멈춰선 후 차에서 내린 40대 여성 운전자의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재미교포 써니 존스(Sunny Jones·한국명 이순도·46·여)씨. 그는 대구 남구복지관이 주관하는 도시락 배달봉사 활동에 참가, 일년째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10여곳을 들른 뒤 마지막으로 차가 선 곳은 두달 전 사고로 부모를 잃은 이승안(13)·승연(7) 형제가 살고 있는 봉덕동의 낡고 허름한 슬레이트 집. 쌀쌀해진 날씨 탓에 한기마저 도는 10여평 남짓한 이들 형제의 보금자리는 금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바닥만한 도시락으로 훈훈하게 데워졌다.

"아이들이 먹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선택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굶지 않도록 기성세대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합니다.

" 써니씨가 1986년 주한 미군인 남편 데일 존스(Dale Jones·42)씨와 결혼,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지난해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자마자 밥을 굶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이유다.

매주 월·금요일 도시락 배달에 나서고 있는 그녀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화·목요일은 장애인들을 복지관 행사에 참석시키는 차량 봉사활동을 펼치고 수요일에는 남편과 함께 남구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아픈 노인이나 아이들이 있으면 병원으로 데려 가는 것도 그녀의 몫.

써니씨는 "이름(Sunny) 처럼 어려운 이웃들에게 밝고 환한 빛이 되어 주고 싶다"며 "때로는 힘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벗이 되고 있다는 데 너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도시락 배달 후 혹시 탈이라도 나는 사람이 있을까 1주일 내내 가슴을 졸이기도 한다고 털어 놓았다.

"미국처럼 무료급식소를 만들어 놓아도 주변의 눈 때문에 오질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써니씨는 "도시락 배달봉사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커져 더 이상 굶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사진설명 : 써니 존스씨가 봉덕1동의 한 소년가장에게 저녁 도시락을 배달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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