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가을 팔공산은 유난히 단풍이 곱게 물들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계절마다 변하는 것이 어찌 산빛뿐이랴. 여름날 제 뼈 속 땀방울이라도 뿜어낼 것만 같던 동봉의 시푸른 바위는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을 바위에는 조락이나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여름날 우레 속을 지나온 깨달은 자의 형형한 눈빛이 서려 있는 듯했다.
팔공산을 오르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그윽한 가을 산빛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잡다한 풀꽃을 잘 조화롭게 엮은 아이와 이에 대조적으로 이질적인 것을 솎아내고 같은 계열의 유사한 풀꽃을 아름답게 엮은 두 아이의 모습이었다.
다양한 풀꽃을 조화롭게 엮은 아이는, 어쩌면 모순을 하나로 종합하여 질서를 찾는 가슴의 품이 넉넉한 균형감이 있는 아이 같았다.
반면에 이질적인 풀꽃을 분리하고 유사한 풀꽃만 간추린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좁힘으로써 안정을 찾는 마음이 홑지지만 정직한 아이 같았다.
문득 이 두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 오늘날의 정치 현실이 떠올랐다.
상반되고 충돌되는 문제를 하나로 종합하여 거기에 조화로운 질서를 찾는 것이 정치의 궁극적인 몫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심적 반응을 극도로 좁힘으로써 균형감각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균형이란 이질적인 것의 배제가 아니라 종합하고 통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 온 나라가 제 각기 코드를 맞추어야 심적 안정을 찾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 되었다.
이름 없는 풀꽃은 다양한 여러 풀꽃이 있기에 제 스스로 하나의 아름다운 꽃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건전한 진보와 보수는 각기 서로가 있기에 그들의 존재가 가능하다.
우리 어깨를 치며 떨어지는 이 가을 낙엽에, 다시 우리의 육신과 정신의 균형을 잡는 것도 삶의 지혜가 될 것이다.
조두섭 시인·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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