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 가격 폭등을 이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오는 10일부터 단계적으로 조업 중단에 들어가고 이달 말 '섬유인 궐기대회' 및 정부규탄 시위에 이어 연말 모든 섬유직물업체가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고 전면 폐업에 돌입할 것이다.
"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2일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열린 '화섬원료 폭등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화섬원료 가격 안정화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초강경 대응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섬 원료 폭등의 당사자로 PX(파라자일렌), TPA(고순도텔레프탈산), EG(에틸렌글리콜) 등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사의 석유 원료를 공급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은 이윤을 감소시키면서까지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또한 시장경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라 사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섬원료 가격 낮춰라
이날 열린 원사값 폭등 대책회의에서는 박노화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이사장, 이지철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이의열 직물협동화사업단 이사장을 비롯해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견직물, 직물, 염색조합 주요 임원들과 코오롱, 휴비스 등 화섬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해 KP케미컬, 삼남석유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유화업계와 정부를 대상으로 화섬원료가 인하를 강력 촉구했다.
대구·경북 화섬, 직물업계는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원료가 인상분이 국제유가 상승분을 훨씬 초과해 정부 차원에서 즉각 가격 안정화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적정가 보다 10%가량 높게 화섬원료를 판매하면서 최소 6천억원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업계는 "사상 유례 없이 원료값이 폭등하면서 3~5월, 9~11월까지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주요 원사값이 매월 10센트씩 올라 올 초 대비 두배 가까이 원사 구입비가 증가했다"며 "최근 환율하락마저 겹쳐 수출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석유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화섬, 직물업계의 가격 인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원료 가격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제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고 중국 원자재 수요가 급증해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석유화학업체들은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화섬업체들을 고려해 국내가격을 국제가격보다 t당 100달러 이상 내려 받고 있다며 과도하게 원료 가격을 인상했다는 화섬, 직물업계의 주장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정부대책
화섬, 직물업계와 석유화학 대기업간 공방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일원으로 대구를 방문한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은 "정부가 시장경제에 관여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은 "다만 긴급재해자금으로 편성한 500억원을 원자재구매자금으로 활용하고 화섬원료 등을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막대한 세원을 감안할 때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며 "하지만 국내 섬유업계가 초강경 대책을 들고 나온 이상 차선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노화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이사장은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건의에도 불구하고 시장논리를 고집해 국내 섬유산업 전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 차원에서 화섬 원료가 인하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섬유업계 원료·원사값 관련 대책회의 일지
▲8월 30일 원사 가격 급등 대책회의
▲9월 17일 언론호소문 작성, 항의 집회
▲10월 4일 원사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구시 경제산업국장 간담회
▲10월 5일 공동대처 방안 마련을 위한 한국화섬협회 초청 간담회
▲10월 12일 대구경북 직물업계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10월 22일 화섬원료가 폭등에 따른 업계 애로사항을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청와대, 국회에 건의
▲10월 29일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주재 대책 간담회
▲11월 2일 산자부 차관 주재 대책 간담회
이상준기자all4you@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