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프라이멀 피어

우리는 흔히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에 대한 경멸의 의미로 "그 사람, 이중인격자야"라곤 한다.

그러나 '이중인격장애'와 같은 뜻은 아니다.

이중인격장애란 두 가지의 인격, 즉 원래의 1차적 인격과 병적인 2차적 인격이 한사람 내에서 교대로 나타나는 일종의 해리성 장애다.

해리(解離)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격의 한 부분이 자아의 통제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적으로 고통을 주는 인격의 한 부분이 제거되는 것이다

평소 윤리관의 지배를 받는 1차적 인격이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갑자기 2차적 인격으로 돌변하여, 퇴행되거나 공격적이기 쉽다.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좋은 예이다.

'프라이멀 피어'는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할까. 이 영화의 주인인 애런은 전형적인 이중인격장애 환자다.

어느 날, 시카고의 존경받던 가톨릭 대주교가 잔혹하게 피살된다.

주교에 대한 애도와 '인간 도살자'를 처형하라는 여론으로 도시는 집단 히스테리처럼 들끓는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여리고, 말을 더듬는 애런이라는 19세의 앳된 소년이었다.

애런의 원래 성격은 수동적, 의존적이고, 죄책감이 많고, 우울하다.

검사는 피가 묻은 소년의 옷을 증거로 제시하지만, 애런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사건 현장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증거만으로는 기소가 불충분하자, 살해동기를 찾으려는 검사는 피살자의 가슴에 새겨진 'B32-156'이라는 글자를 추적한다.

그것은 성당 도서실에 있는 '주홍글씨'라는 소설책의 156쪽이란 뜻이었다.

거기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느 누구도 진실한 모습을 들키지 않고, 두 개의 가면을 쓸 수는 없다.

"

한편 애런의 무죄를 믿고 변호를 자처한 변호사 배일은 우연히 끔찍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대주교가 애런의 애인인 린다를 친구인 알렉스와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도록 시키고, 애런에게 이 장면을 찍도록 한 것이다.

애런의 살인동기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 앞에, 애런을 변론하던 변호사는 좌절감에 빠져, 애런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친다.

이때 온순하던 애런이 갑자기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변호사를 폭행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다.

주교를 죽인 사람은 로이라는 자기 자신이지, 겁쟁이 애런이 아니라고 고함지른다.

잠시후 로이는 다시 소극적인 애런으로 되돌아오지만, 조금 전 자기가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로이는 보다 적대적이고 지배적인 '보호자격'인 인격이다.

결국 재판에서 애런은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이중인격장애라는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로 판정되어 무죄를 선고받고, 치료 기관으로 의뢰된다.

둘 이상의 인격이 존재할 때, 다중인격장애라고 하는데 90%는 여성이다.

이들의 95%가 소아기 성적 학대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상처받기 쉬운 아이가 반복적인 외상을 입게 되면,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학대를 대신 받아주고, 위로하며 지켜주는 인격을 발전시키게 되면서, 다중인격이 형성된다는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병인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해리성 장애가 증가 추세에 있는데, 소아 학대나 폭력의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사회문화적 병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런 장애들의 증가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가 될 것이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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