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마음 부모마음-(2)친구교제

지난달 30일 개교 23주년 영산홍축제 종합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수성여중에서 또래 상담을 맡고 있는 1, 2학년 여학생 5명을 만났다. 친구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 또래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부모님은 친구도 골라서 사귀라고 하세요. 그저 제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친구면 되는데….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된다면서 첫째 공부 잘 하고 잘 사는 아이로 정해주는 친구만 사귀라고 하는 부모님도 계세요."

"부모님은 성적이 떨어지면 노는 애들과 어울려서 그렇다고 하고 제가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오른 건데도 공부 잘 하는 친구와 다녀서 그렇다며 인정을 안 해주셔서 속상해요. 사소한 문제로 친구 때문에 부모님과 싸울 때가 많아요."

"부모님은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놀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한 친구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부모님께 말씀드리려고 해도 학생으로서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며 싫어하셔서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대요."

"일요일날 오후 2시에 시내에 나가 영화보고 5시까지 집에 돌아오려면 시간이 빠듯한데도 부모님은 수시로 휴대전화로 전화해 꼬치꼬치 캐물으세요. 그래서 전화기를 꺼놓으면 누구를 만난다고 전화기까지 껐느냐고 야단치셔서 딸을 그렇게 못 믿느냐고 대꾸하다 보면 싸우게 돼요."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해서 솔직해지면 다그치고 야단만 치세요. 무슨 일이든지 커서 대학생이 되면 하라면서 나이와 학생인 점으로 압박해 싫어요."

"초등학생때는 안 그랬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일요일날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고 하니 나쁜 길로 빠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너무 착하게 굴어 엄마가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친구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내가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가 된다면서 걔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공부를 잘 하는데 너는 학원을 몇 개씩 붙여주고 용돈도 주는데도 왜 성적이 이 모양이냐고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고 말씀하실 때면 속상해요."

학생들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컴퓨터인데 엄마의 잔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컴퓨터로 여자친구들과 채팅을 해도 부모님이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끄게 된다고 했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먼저 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엄마가 자신의 잘못을 더 부풀려서 아빠한테 일러바칠 때 너무 속상하다는 얘기도 했다.

엄마는...친구 따라 장에 간다는 얘기도 있지 않는가. 나는 대학교에 원서를 낼 무렵 고등학교 3년 동안 붙어다니던 친구가 나와 다른 대학에 진학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안 형편상 사립대학에 가는 것이 무리였지만 친구가 가는 대학에 지원했었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와 나는 각자 다른 길로 가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한 행동이었다.

중3인 딸애가 공부 잘하는 친구 옆에 있으면 자극을 받아서 그 비슷하게는 해주길 은근히 바라지만 딸애는 그것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하여 보다 멋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인데….

가끔씩 집에 오는 딸애의 친구들한테 말 한마디 건넬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다가 관심을 표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어디에 사니?" "부모님들은 뭐 하시니?" "공부는 잘 하니?" 이런 질문만 하고선 후회한다.

나도 다른 세속적인 엄마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씁쓸해 하면서…. 별로 달리 물어볼 말이 없는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남편이 딸애한테 성적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 꾸중하는 것을 보면서 말썽 피우지 않는 것만 해도 예쁘지 않느냐고, 주위에서 요사이 애들이 행동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그렇지 않은 딸을 두둔하기도 했다.

집안 형편, 학생 신분에 상관없이 친구가 산 몇 십만원 하는 유명 메이커 옷과 신발을 사야 한다고 부모에게 떼쓰는 학생,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좀더 공부시키겠다고 식당일을 하면서 학원에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학원을 핑계로 거리를 헤매는 학생들을 보면서 좋은 친구를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친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을 더 살아온 어른으로서 더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간섭으로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다.

착한 딸애가 새삼 예뻐 보여서 "진짜 너 이쁘다"하면 "엄마 딸이니까 엄마한테 예쁘게 보이지, 제발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마"하며 멋쩍어하는 딸애가 새삼 더 예뻐 보인다.

권명숙(화랑학원 대곡원 원장)김영수기자■자녀에 대해 궁금하거나 글 주제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e메일 stell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제작에 반영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사진설명 : 또래상담을 맡고 있는 수성여중 학생들(왼쪽부터 이해랑, 박선영, 선하현, 박시영, 김현정양)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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