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남 모씨는 최근 대구시내 한복판에 1인당 3천500원짜리 보리밥 뷔페 가게를 열었다. 남씨는 "이런 지독한 불황에는 싸고 푸짐한 음식이 잘 팔린다"면서 "7, 8년 전 유행하던 한식뷔페가 5천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도 많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식당 주인들도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들안길 부근에도 칼국수, 국밥 등 값싼 메뉴의 식당에만 손님이 있을 뿐 나머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물가는 가파르게 달음박질하고 가계부는 빨간 글씨 투성이다.
백화점은 매출이 2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바닥이 도대체 어디냐'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중간 가격대의 브랜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서충환 과장은 "전국적으로 백화점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구와 광주 지역 경기가 가장 좋지 않다"고 전했다.
대형소매점도 마찬가지다. 전체 매출을 높이기 위해 값을 대폭 낮춘 미끼상품(loss leader)을 내놓아도 '가격파괴' 품목만 팔릴 뿐이다. 이마트 만촌점 최병용 점장은 "고객 한 사람당 구매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아 충동구매 경향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로드숍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천정부지의 권리금이 붙었던 동성로에선 지금 1층마저도 비어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일정 기간만 가게를 임대하는 소위 '땡처리' 업자들이 분주할 뿐이다.
시장 상인들은 한마디로 'IMF때보다 못하다'고 아우성이다.
서문시장 ㄷ상회 박부자(43)사장은 "손님들의 지갑이 얇아져, 입어만 보고 안 사는 손님이 태반"이라며 "IMF 당시엔 이렇게까지 씀씀이를 줄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성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정순자(40) 사장은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며 "2되씩은 사가던 제사용 떡도 이젠 서너 조각만 사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가도 크게 올랐다.
올해 1~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상승, 정부의 물가목표인 3%대 중반을 가까스로 지키고 있으나 국제 유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데다 담뱃값과 도시가스 도매요금 등 연말연시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를 가능성도 있어 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달걀이 30개들이 한판당 지난해 4천원선에서 올해 5천800원선까지 치솟았고 사과값은 지난해 개당 800원선에서 지금 1천300원을 부르고 있다. 돼지고기도 삼겹살이 kg당 1만3천500원선까지 올랐다.
유통관계자들은 앞으로 물가 상승 요인만 남아있어, 서민 식탁물가 상승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식품매장 강호진 계장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하우스 재배를 해야하는 깻잎, 고추, 호박, 오이, 가지 등 과채류값은 기름값 상승에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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