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데 보러 가도 일단 이거 먹고 가!"
37년 동안 서문시장에서 '떡할매'라 불리며 떡장사를 한 백영지(85) 할머니는 단골이 지나갈 때마다 "떡 하나 먹고 가라"고 한다.
시루떡과 인절미 한 판씩 놓고 다리 한번 펴기 힘든 노점자리에서 떡을 파는 백 할머니는 기계로 만든 떡이 판을 치는 요즘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손수 떡을 찐다.
이런 떡맛을 아는 단골손님들은 시장을 들를 때마다 "할머니 아직도 떡 팔고 계시냐"며 떡을 사고 한바탕 웃는다.
경북 청송이 고향인 백 할머니는 강원도 삼척 탄광촌에서 일하던 남편을 지병으로 먼저 보내고 늦둥이 막내아들 키우려고 1966년에 대구로 왔다.
밭일, 공장 일이며 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가 쌀 두되로 송편을 만들어 예전 3지구(현 소방서 자리) 다리 밑에서 떡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첨에 송편을 팔았는데 송편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냐"면서 "송편 찌는 동안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 새벽에 떡함지 2개를 머리에 이고 막내아들은 등에 업고 시장에 나와 장사하느라 고생 많았지"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한 2년 동안 송편을 팔다 너무 힘들어 시루떡으로 바꾸었는데 맛있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한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1975년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나면서 그간 장사를 해오던 터전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현재 장사를 하는 2지구로 옮겨와 앞 가게의 도움으로 노점을 다시 시작했다.
백 할머니는 "시장상인들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잔정이 많은 사람들이야. 그 때 형편은 안 좋았지만 서로 도움 주고 참 정이 많았어"라며 웃었다.
10년 전만해도 현재 건어물 상가 앞 큰길이 사람들 머리로 까맣게 보일 정도로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시내에 백화점, 할인점이 생기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어디 시장처럼 인정이 넘치는 곳이 있냐"며 "항상 손님을 마음 편하게 대하고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묵묵하게 장사를 한 집들은 절대 안 망해"라고 조언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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