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해변서 펼친 색소폰 향연

김세욱씨와 단원들 콘서트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인 지난달 31일 밤. 포항시내와 가까운 포항북부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비록 작지만 의미있는 콘서트가 열렸다

300~400여명의 관객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인 채 부드러운 파도소리와 함께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에 흠뻑 취했다

노래도 '10월의 마지막 밤'과 '가을 밤바다'에 딱 어울리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잊혀진 계절',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패티 김), '조약돌'(박상규), '가을편지'(최양숙), '영일만친구'(최백호) 등등.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온 관객들은 그야말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아름다운 색소폰 선율과 함께 멋진 추억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날 자선 공연명은 '10월의 마지막 밤에 대니 김(Danny Kim)과 포항드림 색소폰 앙상블의 시민을 위한 연주회'였다

즉 대니 김인 김세욱(44·색소폰 연주자)씨가 포항의 색소폰 동호회이자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드림 색소폰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 무료 공연을 한 것. 이날은 통기타 앙상블 '메아리'와 초청가수 김은영씨도 함께 참가해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것은 바로 김씨 자신. 올 여름 밤늦게 포항북부해수욕장을 자주 찾은 시민들이라면 색소포니스트 대니 김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를 기억하고 있다.

김씨는 올 여름 8월 한달 동안 매일 밤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북부해수욕장에 나와 혼자 색소폰 연주를 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무더위를 식히러 나온 수십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하지만 아름아름 소문이 나면서 8월말쯤에는 수백명이 김씨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내년에는 7~9월 3개월 동안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색소폰 사설학원을 하다보니 곱지않은 시선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것 뿐입니다.

"

또 김씨는 지난 해부터 매월(3~10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드림 앙상블 색소폰' 회원(21명)들과 함께 포항 환호해맞이 공원에서 무료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도 10월16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회원들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에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자"고 제의, 공연을 하게 된 것.

"솔직히 우리나라, 특히 지방에서는 아직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길거리 공연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회원들이 포항역이나 중앙상가 등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다보면 확연히 느끼게 되죠. 문화적 수준 차이랄까. 하지만 저희들은 남이 뭐라하든 포항의 길거리 공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려 시민들 품속으로 다가가고자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

포항 장기가 고향인 김씨는 중학교 때부터 색소폰에 심취, 축구로 유명한 경기도 안양공고 밴드부, 육군사관학교 군악대, 대구예술대 관현악과 등에서 소질을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 독주회 5회,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예·닮 플루트 앙상블', '드림 색소폰 앙상블'에서 연주 리드 및 연주가로 50여회 출연하는 등 포항지역 색소폰의 대부로 통한다.

현재 색소폰 사설학원을 운영하는 한편 한동대 오카리나 팬플루트 및 대백문화센터 색소폰 강사,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포항은 포스코 때문에 무료공연이 너무 많다"며 "하지만 돈을 주고 공연을 봐야 제대로 된 공연평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예술)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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