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대구·경북이 공존하는 길

요즘은 어디를 가나 '혁신'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 용어를 애용하면서 마치 정치용어인양 잘못 알려져 있지만 경제학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쓰여온 익숙한 말이다.

독일의 유명한 경제학자 조셉 슘페트는 '혁신(Innovation)'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정의했다.

이를 테면 마차에서 비행기로, 유선 전화기에서 무선 전화기로의 눈부신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KTX처럼 빠르게 달려가는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쏟아지는 광고의 홍수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변화 속도는 가히 광속도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나가는 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협력과 공존을 제시하고 싶다.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25개국 정상들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 실현의 의지를 담은 유럽연합 헌법에 서명했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서로의 단점을 메워 나가면서 장점은 극대화하는 공존의 모델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입지를 둘러싼 갈등, 공공기관 유치의 중복 논란, R&D 특구 유치를 위한 경쟁 등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기 전까지 한뿌리였던 대구·경북이 맞서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형제가 어려우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 아니던가.

R&D 특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된다는 식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중심 축인 대구·포항·구미가 공동 유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다.

요즘은 과학 단지(Science park)개념인 R&D 특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요술 방망이처럼 인식되어 있지만 첨단외국기업, 외국인 연구원, 외자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부지와 주거 인프라 제공 등에 더 무게가 실린 특구법이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일부 정부부처와 이익단체의 이기주의로 외국병원·학교 설립이 지지부진하면서 속빈 강정꼴이 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도시마다 교육과 의료 인프라 등을 갖추는 것은 비경제적이며 IT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 밸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제 지리적 여건은 별 의미가 없다.

외국의 경우는 빌딩 하나가 특구인 경우도 있으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 도시의 공동 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속도로 확장으로 구미는 20여분, 포항은 12월 초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40여분 거리에 대구가 인접해 있고, 대구는 특히 외국인 학교 설립의 첫삽을 뜨는 정부 예산을 올해 확보한 상태다.

세 도시 전체를 특구로 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구에 조성될 테크노 폴리스, 포항의 포항공대와 연구소, 구미에 새롭게 들어설 구미디지털전자·정보기술단지 등을 하나로 연계하는 R&D특구는 가장 효율적이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구미의 클러스터화 된 전자기술, 포항의 다양한 연구기능과 물류혁명을 이룰 신항만 개발, 대구의 서비스·엔터테인먼트 등 메트로폴리탄 기능을 잘 융합한다면 외국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특구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활동별 지역내 총생산(GRDP)에 있어 대구·경북은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다음으로 높은 재원을 가지고 있다.

1985년에 17조였던 GRDP는 1995년 38조원, 2002년에는 55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이 성장 잠재력을 하나로 묶을 때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대구·경북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대구·경북의 통합은 역사적 동질성의 회복으로 지역역량을 총결집하고 점증하는 광역행정 수요를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조정·중재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하며,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해양과 내륙을 연계한 상호보완적 개발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권역별 종합적, 체계적 발전으로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촉진하는 등의 긍정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행정적 통합은 많은 절차와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전단계로 가능한 경제적 통합부터 이루어가야 한다.

EU경제장관 회의식의 기구체를 만들어 대구·경북의 첨예한 경제 현안부터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풀어 나가고 지방 정부와 전문가가 공동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종합계획을 만들어 실천해 나간다면 이 힘겨운 혁신의 시대 대구·경북이 공존하는 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김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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