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점심시간 근무거부 "낭패"

2일 점심시간을 이용, 대구지역의 한 동사무소를 찾았던 최은영(34·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공무원들이 근무를 중단한 바람에 발을 굴러야 했다. "전세계약 때문에 인감증명을 떼러 왔는데 업무를 보지않아 30분 정도 기다렸어요.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일을 보려다 회사에 늦어 낭패를 봤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준법투쟁을 선언한 뒤 1일부터 대구지역 8개 구·군청과 경북지역 23개 시·군 중 9곳(1명 근무하는 곳 포함)이 점심시간에 근무를 않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동절기에 오후6시까지 연장 근무하도록 개정된 공무원복무규정이 오후5시까지 근무로 다시 개정될 때까지 준법투쟁을 계속할 방침이고, 행정자치부는 관련 공무원의 징계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마찰이 커질 전망이다.

경북 칠곡군 직장협의회 직원들은 1일부터 민원실과 읍·면사무소에서 점심시간에 민원실 불을 끄고 1시간 동안 자리를 뜨고 있다. 포항시도 점심시간 업무를 중단했고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걸고 민원인들의 이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천시청 공직협은 민원실 근무를 중단하고 점심시간 민원인들에게 차를 접대하거나 구내식당 이용 식권을 나눠주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영양군 경우 지적직 공무원 한 명만 점심시간에 근무하고 있다.

경주시의 경우는 퇴근시간도 오후 5시와 6시 중 직원들이 임의대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준법투쟁이 알려지면서 점심시간 민원인들의 발길은 줄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민원인 김명철(45)씨는 "공무원들은 토요일도 격주 근무하는데 점심시간까지 근무를 않으면, 주로 점심시간에 민원 업무를 보는 일반 직장인들은 불편이 너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점심시간 근무를 중단한 울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는 중고차 매매상사 직원 등 수십여명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고성이 오가고 있고, 동사무소에는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온 시민들이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권모(35·울산시 남구 신정동)씨는 "공무원에게 사정이 급하다며 호소했지만 결국 무시당했다"며 "공무원은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포항의 김석암(45)씨는 "급한 일로 점심시간에 포항 남구청에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러 갔다가 거부당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점심시간 근무를 중단한 지자체가 많지만 행정자치부는 전국적으로 42곳만이 근무를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점심시간 근무중단 투쟁은 공무원노조의 총파업 계획과 맞물려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공무원 복무조례 및 근로기준법상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나 지금까지 대민서비스 차원에서 근무한 것"이라며 "현실에 맞지 않는 동절기 근무시간 연장 등 복무조례를 행자부가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바람에 이번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사회1,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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