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가을은 사색을 권하는 '좋은' 영화들의 경연장이다.
방학을 소유한 최대의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이 큰 영화들의 전유물이라면, 봄은 따뜻한 영화가, 가을은 작가 정신이 풍부한 영화들로 극장가를 채우게 마련. 올해도 이런 공식은 어김이 없다.
가을의 끝자락인 11월, 극장가에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수작들이 대거 쏟아진다.
특히 씨네필(cinephile)들의 오감을 자극할 걸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12일 한꺼번에 개봉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이날 개봉하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와 '미치고 싶을 때', '슈퍼 사이즈 미'는 각각 해외 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별 세례를 받은 수작들.
먼저 브라질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제작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남미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가 젊은 시절 친구와 함께 떠났던 8개월 동안의 대륙 여행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칠레의 안데스 산맥과 볼리비아의 탄광촌, 페루의 잉카문명 유적지를 거쳐 산파블로의 나환자촌까지, 불붙는 라틴 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는 '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전의 가장 인간적인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순수한 열정이 잘 드러난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미치고 싶을 때'(파티 아킨 감독)도 자살을 꿈꾸는 터키계 독일인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풍부한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건 스펄록 감독의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슈퍼 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고발하기 위해 감독 스스로 한 달여 동안 패스트푸드만을 먹어 화제를 불러 모은 다큐멘터리. 이 밖에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도 같은 날 개봉작 대열에 가세하면서 '좋은' 영화에 목말라하는 영화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전망이다.
또 이와이 순지 감독의 신작 멜로 '하나와 앨리스'가 17일 개봉 대기중이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2002년작 '팜므 파탈'과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프랑스 시대극 '팡팡 튤립'(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도 19일과 26일 각각 국내팬들을 기다린다.
한국영화는 5일 정우성, 손예진의 멜로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비롯, '선생 김봉두'로 흥행력을 인정받은 장규성 감독의 신작 '여선생 vs 여제자'(17일), 김수현 감독의 도발적 데뷔작인 독특한 영화 '귀여워'(26일) 등이 잇따라 개봉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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