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남규, 은퇴 경기서 환상의 드라이브

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에 빛나는 유남규(36) 농심삼다수 코치가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환상의 드라이브를 선보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4일 2004삼성생명 비추미배 MBC 실업탁구 왕중왕전 개막식 행사로 유남규 은퇴식이 열린 경기도 의왕시 실내체육관.

1천여석의 1, 2층 관중석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고 옛 탁구스타 유남규 코치의 은퇴식은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서울올림픽 결승에서 김기택을 3-1로 물리친 뒤 플로어에 무릎을 꿇고 환호하는 영상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은퇴식의 하이라이트는 2004아테네올림픽 때 만리장성을 허물고 16년 만에 남자단식 금메달 쾌거를 이룬 유승민(22.삼성생명)과의 은퇴 경기.

16년을 넘나드는 신.구 '탁구영웅'의 대결은 경기 직전 가볍게 랠리를 하며 몸을 푸는 시간부터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 코치는 2002부산아시안게임 때 남자 대표팀 코치로 벤치를 보며 유승민의 남자복식 금메달을 이끈 조련사이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직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17년간 차고 있던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4년 가까이 연습 공백이 있었기 때문.

제자에게 망신이라도 당하지 않을 까 1주일 전부터 라켓을 잡고 몸을 만들었지만 갑작스런 운동 탓에 3일 전엔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유 코치는 선수 시절 보여줬던 날카로운 서브와 구석구석을 찌르는 드라이브, 날카로운 백핸드 스매싱이 세계를 제패했던 새로운 '탁구황제' 유승민을 파고 들었다.

11점 1세트의 이벤트로 치러진 은퇴 경기에선 유승민의 서브로 시작됐지만 유 코치가 구석에 꽂히는 왼손 스매싱으로 선취점을 뽑았고 중간 중간 스탠드를 가득 메운 팬들을 의식한 롱랠리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유 코치는 경기장 펜스를 넘어가 공을 받아내고 몸을 던져 리시브하는 쇼맨십을 발휘했고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떠나는 탁구영웅을 축하했다.

듀스 대결까지 펼쳐진 끝에 유 코치가 강한 드라이브 공격으로 마지막 점수를 따내 13-11로 결국 승자가 됐고 유승민은 뒤늦게나마 화려한 은퇴식에서 환상의 드라이브를 선보인 스승에게 다가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유 코치는 "실력으로 하면 어떻게 승민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승민이가 봐줘서 이겼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승민이와 은퇴 경기를 가져 영광스럽고 앞으로 저보다 나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 코치의 은퇴 경기 파트너였던 유승민은 "선배이자 스승인 유 코치의 뜻을 이어받아 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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