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산업사 연구

권병탁 지음/영남대 출판부 펴냄

조선시대의 산업구조를 얘기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농업생산구조다.

하지만 이런 농업생산구조가 전통 수공업과 쌍벽을 이루며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극히 드물다.

평생을 우리 전통산업과 문화의 참된 모습을 찾는데 정열을 쏟았던 권병탁 교수(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한국 산업사 연구'가 출간됐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전통 수공업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 옛날의 생산 거점을 직접 답사하고, 소멸되어 가고 있던 자료들을 수집하여 거기에서 싹터서 자라고 있던 '자본주의 맹아'를 찾아나선 책. 권 교수가 19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전통 수공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되는 자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면서 일궈낸 평생의 연구업적으로 읽혀진다.

책은 네 가지 전통산업에 귀결돼 있다.

조선 말기의 농촌 길쌈 연구, 전통 도자기의 생산과 수요, 쇠부리(沿鐵) 가마 복원 연구, 그리고 약령시. 지금까지 이 분야에 관한 연구결과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일본인들의 식민 사관에 입각해 관념적으로 서술한 것 정도일 뿐.

이 책의 연구사료적 측면에서의 가치가 높은 이유다.

저자는 종래의 식민지적 정체 사관을 뒤집고, 18세기 후기 대동법(大同法) 실시에 힘입어 한국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근대 자본주의적인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역설한다.

조선후기의 정치·경제·사회의 실상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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