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차례 빈집 방화범…범인은 '母子'

검문경찰 살해까지

대구경찰청은 8일 빈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친 뒤 불을 지르고 검문하던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김모(68·여·경북 경산시 임당동)씨와 박모(24)씨 모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대구와 경산에서 21차례의 절도·방화, 10차례의 사기 등을 벌였으며, 아들 박씨는 지난 6일 오전 11시15분쯤 대구시 남구 이천동에서 불심검문하던 남부경찰서 봉천지구대 소속 김상래(36) 경장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4개월여만에 막을 내린 빈집 연쇄 방화절도 사건은 어처구니없게도 모자(母子)가 치밀하게 공모한 범죄로 드러난 것.

수사를 담당한 형사는 "이들의 범행 동기는 비뚤어진 가족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며 "후처로 들어간 어머니 김씨는 40대에 한 남자와 만나 3형제를 낳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주민등록이 없는 3형제는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어머니 김씨로부터 읽고 쓰기를 배운 것이 전부였다.

큰 아들 박씨는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자동차부속공장에서 쫓겨났고, 나머지 두 동생들도 낮에는 운동으로, 밤에는 컴퓨터 오락으로 시간을 보내며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

경산시 임당동의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서 함께 살아온 이들은 막막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절도액도 한 번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이 고작이었고 쌀, 참깨, 고춧가루 등 돈이 될만한 것은 가리지 않고 훔쳐냈다. 하지만 범죄가 반복될수록 죄의식은 엷어지고 수법도 지능화했다.

경찰은 아들 박씨가 어머니의 범행에 맹목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세상과 고립돼 살다보니 범죄만이 가족간의 유일한 끈이었고 죄의식도 갈수록 희박해진 것 같다"며 "비뚤어진 가족사가 한 경찰관을 순직으로 내몰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순직한 김 경장의 영결식을 9일 오전 10시 남부경찰서 앞 마당에서 대구지방경찰청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경찰은 김 경장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추서할 계획이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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