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가을 산을 다녀온 후

며칠 동안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가슴 떨었습니다

눈 속이 타오르듯 화끈거리고

세상이 온통 붉게 보였습니다

몸을 흔들면 산에서 묻혀 온

가랑잎 우수수 떨어져 아,

나는 그만 그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박영호 '가을 산을 다녀온 후'

그날 공개방송의 주제는 '고독'이었다.

"주부님은 고독할 때 어떻게 하세요?" 진행자가 물었다.

"해인사 가요. 차 타고 홍류동 단풍 숲길 한바퀴 휙 돌아오면 고독한 마음이 씻은 듯 사라져요." 대답이 뜻밖이어서 방청석이 잠시 들썩거렸다.

"해인사 갈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아름다운 숲길과 함께 오셨기 때문이지요." 내가 말했다.

몸 흔들면 가랑잎 우수수 떨어지는 당신은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보다 훨씬 더 외로움이 풍성한 사람!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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